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규인 Dec 04. 2021

무념무상의 시간

 “환자는 잡념이 많아요. 스트레스 해소를 잘하세요.”

 “잡생각이 많아서 힘들겠네. 일을 놓지 않는 게 좋아.”

 

 한의원과 철학원에서 들었던 말이다. 하여튼 둘 다 용하긴 하다. 항상 내 머릿속은 불필요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쉴 새 없이 뇌가 작동하다 보니 몸도 함께 피곤하다. 그래서 처음 택한 것이 요가였다. 고요한 명상 음악에 맞춰 몸을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곤 다.

 


 최근 잡념을 없애는 더 강력한 무기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그림이다. 지난 여름날 산길을 걷다가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수많은 나뭇잎이 살랑거리며 움직였고,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바스락 소리가 마치 풍경 소리처럼 들렸다. 감정의 찰나를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이철수 님의 <바람 부는 날> 작품을 접하고 이거구나 싶었다. 셀 수 없는 나뭇잎이 나부끼는 판화가 수많은 감정을 대변했다. 그 순간 붓을 들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이철수 님의 판화>


색연필로 확 획 한 획 쌓다 보면 어느새 종이 위에 꽃이 피어나고, 캔버스에 물감을 채우다 보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내가 얻는 건 그림이 다가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내 머리는 새하얗게 변하곤 한다. 즉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세계 미술치료 학회장 김선현 교수는 “좋은 그림은 뇌파를 변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시각 자극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의 세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설령 아무것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내겐 무념무상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혹시라도 잡념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림 그리기를 권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