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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Aug 16. 2021

행복과 불행의 늪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늪은 겉에서 보면 평범한 진흙같다 . 일반 땅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고, 몸부림 칠 수록 더욱더 깊이 빨려들어갈 뿐이다.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의 유나도 늪을 닮았다. "비온 후 말갛게 갠 하늘 같은 느낌. 가해나 자해를 할 것 같은 독한 구석은 어디에도 없"(p. 355)이 "수수하고 순수해"(p.355)보인다. 결국 그녀의 주변인물들은 그녀의 정체를 모른 유나의 늪에 빠진다.


이야기 중심에는 유나가 있고, 그녀의 딸 지유, 새남편 은호가 주축이 된다. 그리고 유나의 친언니 재인도 주요 인물 중 하나이다. 은호는 한때 행복의 늪에 빠져 유나와 재혼을 한다. 행복의 늪에서 몸이 반쯤 빠지고 이곳이 늪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나오려 할수록 더욱 불행과 가까워질 뿐이다. 결국 그는 유나라는 행복의 늪에 빠진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유나의 언니 재인. 유나는 그녀를 "도둑년"(p.158) 취급한다. 재인은 도둑질한 죄로 애인을 뺏앗긴다. 다행히 그녀는 의식과 사리분별력을 갖춘 기자이다. 또한 그녀의 곁에는 조력자도 있다. 재인도 유나의 늪에 빠지긴 매한가지이다.


<완전한 행복>에서 오로지 한 인물만 늪에 빠진 걸 끝까지 알아채지 못한다. 바로 이 책의 모든 불행을 야기하는 유나이다. 나르시시스트인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pp.112-113)


유나에게 애인, 가족도 그 누구도 뺄셈을 할 수 있는 숫자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인물 유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그녀의 죄를 정당화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 누군가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불행의 늪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그녀 또한 그게 늪인지 무언지 모르고 점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그녀는 완전한 행복의 셈을 하는데 정신이 팔려 진정한 행복을 영영 놓치고 만다. 이 책에서 늪에 빠진 존재는 한 둘이 아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할 것이다. 대신 그 행복을 추구할 땐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p.522) 위선인 줄 모른 채 타인의 행복을 침범하는 일 따윈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유나의 딸 지유를 보면서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더더욱 조심히 해야 한다고 되뇌이고 되뇌였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어느새 책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중간에 빠져나오고 싶은 욕구가 몇 번 들긴 했다. "잘해라, 잘못하면 자다 간다."(p.68), " 핏빛 해"(p.76), "아빠가...... 반달늪...... 불러요."(p.163) 등 이미 초반에 책의 내용과 인물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수두룩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의 늪은 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나오려 할 수록 깊은 곳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인간의 자아를 흔들어 놓는 유나, 그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어린 아이 지유로 인해 읽는 내내 서늘했고, 안타까웠다.



정유정 작가님의 소유에 대한 욕구에 대한 후속작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소설의 모티브가 떠들썩한 사건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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