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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Aug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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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인플루엔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매트 헤이그의 소설이다. 제목에서 ‘미드나잇’ 즉 자정은 밤 열두 시로 밤과 새벽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상태이다. 이 소설은 ‘자정’처럼 어느 한쪽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하다. 초반에는 책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책의 중반에 도달하자 노라의 삶도 나의 삶도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자기 수용의 감정을 깨우치고, 완벽이 아닌 불완전에도 무한한 경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드리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주인공 노라는 실직과 동시에 아르바이트 해고 통보를 받고 이웃을 배려하던 일도 그만두게 된다. 결정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직면한다. “이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불필요한 존재였다,” (p.37) 그녀는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잃고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p.94)이라고 생각한다. “텅 빈 껍데기”(p.353)가 된 노라는 죽기로 마음을 먹는다. 자정의 시간에, 그녀는 책이 잔뜩 꽂힌 서가에서 사서 엘름 부인을 만난다. 그곳은 “삶과 죽음 사이의 도서관”(p.22)으로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아닐까 싶다. 노라는 <후회의 삶>이라는 책을 펼쳐서 살아 볼 수 없었던 삶으로 여행을 떠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수영선수, 여행가, 뮤지션, 빙하학자,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등.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삶들은 노라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각각의 삶 속에서 노라는 각기 다른 슬픔을 지니고 있었다. 노라는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결과까지 선택할 수 없다.”(p.123) 그녀는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삶을 완벽한 삶이라고 여기게 되는데, 노라는 그 삶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에서는 “슬픔을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p.258)로 보고 있다. 슬픔과 고통이 없이 행복만 지속된다면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인생에 희로애락이 얼버무려져 있기에 인생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무궁무진한 삶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선택을 하던 지 모두 행복하다면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 따위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끝에 다다르자 스스로 위안을 하게 되었다. 지난겨울 폭설이 내리던 날 밖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를 허락했던 일이 몹시 후회스러워 지금까지 수차례 후회를 했다. 그날 아이는 크게 다쳤고, 여름이 된 현재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후회의 삶> 책이 있다면 목차에는 폭설이 내리던 날 선택에 대한 항목이 있지 않을까 싶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에서 눈을 떼자 내 앞에 놓인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p.313)이다. 저자는 “화산은 파괴의 상징인 동시에 생명의 상징”(p.404)이라고 했다. 용암이 시간이 지나면 영양가가 풍부한 토양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노라를 새롭게 볼 수 있었던 시선이 나의 삶을 재조명하는 동기가 되었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이웃집 아저씨의 정체이다. 그토록 이 책에서 강조했던 ‘친절’의 의문이 해소되는 부분이었다.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p.361)고 엘름 부인은 당부했다. 소설 속에서 사소함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노라처럼 삶이 힘들고 무가치하게 느껴져 절망에 빠져있는 이에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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