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규인 Aug 21. 2021

어머니와 칼

<침이 고인다-칼자국>(김애란, 문학과 지성사)

무거운 주제를 감칠맛 나게 요리한, 김애란 작가.

작가는 단편소설 「칼자국」으로 2008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고된 어머니의 삶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독자에게 유쾌함을 준다. 또한 김애란 작가의 특유의 비유법은 기발하고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전에는 먹어보지 못했던 신선한 요리를 맛보는 기분이 들었다.

 

칼에는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칼자국」 등장인물 어머니도 칼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억척스럽지만 여성스럽기도 하고,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아내의 역할도 어미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어미는 칼로 요리를 하여 가족에게 음식을 먹이고, 칼국수를 만들어 돈을 벌었다.


"어머니는 좋은 어미다. 

어머니는 좋은 여자다.

어머니는 좋은 칼이다.

어머니는 좋은 말(言)이다."(p.170)


이 책의 제목인 '칼자국'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며, 어미에 대한 딸의 슬픈 마음을 대변한다. 왜냐하면 딸은 어미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칼자국도 삼켰기 때문이다.


딸에게 있어 어머니는 아픔이자 진귀하며 든든한 존재였다. 이제 어머니는 세상에 없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무것도 못 먹던 딸은 잠시 들른 어머니의 부엌에 놓여있던 칼을 보자 허기를 느끼고 사과를 깎아 먹는다. 어머니의 칼이 대물림되어 이제 딸의 손에 쥐어졌다. 그녀는 뱃속에 자식을 품고 있다. 어머니가 그러했듯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 한 아이의 어미가 된다. 결국 마지막에 "사과는 내 손에서 둥글게 자전하며 자신의 우주를 보여주고 있었다."의 문장을 통해 여성, 즉 어미와 자식의 생과 마감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비가 주룩주룩 오니 칼국수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엄마의 손맛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지요. 연세 드신 어머니, 귀찮아서 아침에 그릇 하나 놓고 드셨다는 말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작가의 이전글 관점의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