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적인 것
- 통속적인 것
어둠이 내리면
신기하게 내 마음에는 안도감이 깃든다
그래서 밤이 좋다
오늘도 달빛이 내려앉은 공원길을 걸으며
하루 분량의 시간을 저항 없이 내려놓는다
곰곰이 나와 주변을 돌아보면
버려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체념할수록 내가 작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그러워진다
이젠 시들해져버린 사랑을 그림자로 끌며
녹음이 짙어온 억새밭 길을 걷고 있다
절실했던 사람도
몇 번의 섹스와 얼마간의 흘러 가버린 시간 속
덤덤해져 가는 서글픔
나뭇가지 흔들며 성급히 불어가는 바람에게
털어놓아 본다
초여름 바람이 그냥 싱긋 웃으며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