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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성 Oct 23. 2021

가을바람을 맞으며 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가을에는 ....

- 가을 바람을 맞으며 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울컥하게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고

서늘한 바람이 스미듯 외로움이 느껴져 왔고

불현듯 멀어져 가는 인연들이 떠올랐고

뜻하지 않은 일들에 실망하며 돌아 앉아 있기도 했고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 읽기를 끝낸 한 편의 소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유난히 곱고 흰 모래 해변과 파란 바다의 파도라든가 맑은 울음으로 따라다니던 갈매기라든가 먼바다를 항해하던 배를 끌어 올려다 놓은 듯한 선상 카페의 호젓함이 어우러져 미지의 세상 같았던 정동진 바다를 그리워하기도 했고

담담한 가을의 이야기를 긴 시간 그렇게 그림 그리듯 사색하고 있었다


곰곰이 더 생각하다가 보니

무진기행의 안개속 이야기라든가 사평역의 사연이라든가

모두가 지나고 난 무심한 하룻밤의 꿈일 뿐


산다는 것은 쉼 없는 오르막 언덕길이라는 자각을 가져 본다

요즘 들어 유난히 부대끼는 아침의 시간들

체념을 한 스푼 정도 넣은 커피를 마시며


태어남도 살아감도

만남도 헤어짐도

부유함도 가난함도

모두가 스미기도 하였다가 스쳐 가는 바람, 가을 바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월의 사연이 깊은 붉은 담쟁이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오지만

결국은

너도 스치고 갈 바람이려니 여기며


남은 생명의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에 골똘해 본다

세상일에 그리고 인연에 담담해진 다른 세상을 또 꿈꾸어 보는 것


지독한 가을 날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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