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기 공원에서 멍 때리기
호스텔을 선택할 때 마음에 든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역에서 가깝다는 것, 두 번째는 걸어서 5분 거리에 큰 공원이 있다는 것. 요요기 공원은 도쿄에서 큰 공원 중 하나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첫날은 공원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주 느긋하게, 멍을 때리면서. 초코빵 하나를 사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했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애인과 대화를 한다. 바로 옆옆 벤치에서 한국인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아, 부럽네.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야, 여기 너무 좋은데 다 짝이 있어. 나만 혼자야. 외로워.
친구 B에게서 답이 온다. '근데 너 누가 연애하자고 하면 안 할 거잖아. 감정소모 시간소모 하기 싫어서.'
가끔 친구들은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다.
좋은 걸 보면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이렇게 강렬하게 든 게 얼마만이더라. 이전의 여행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늘 곁에 있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며 감탄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좋은 것을 보고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좋은 일이구나. 도착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대화가 고파졌고 같은 언어로 (그것이 설령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여행을 하면 새로운 나 자신을 안다고 했던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생각보다 더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해가 지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근처 서점에 들렀다. 마음에 드는 배지 두 개. 꼬꼬와 클로버. 한참을 갈팡질팡하다가 사장님께 물었다. "뭐가 제 가방에 더 잘 어울려요? " 그가 고른 것은 클로버. 기쁜 마음으로 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오늘 하루는 やった! (해냈다)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