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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싸는 작가 Sep 18. 2018

나도 모르게 아이를 때렸다.

아들! 엄마 좀 나갔다 올게 5번째 이야기 입니다.

 진실하지 않는 이유는 진실한 아이들에게 훤히 다 보인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때렸다.

아들이 대략 한 다섯 살 무렵이었다. 




아들은 이유 없는 투정을 부려 댔다.

 사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고 그런 이유였을 것이고

 그것이 그다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질 일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날이 있지 않는가?




아이에게는 분명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나도 모르게 아들을 때렸다.

 엉덩이를 때렸는지 등짝을 때렸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딘가를 나도 모르게 한 대 내려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는 놀랐다. 


나는 더 놀랐다. 


단 한 대였지만 그것이 처음이었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이었기에

 우리 둘에게는 아주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들은 그 한 방이 엄마에게 맞은 것이라고 기억하게 되고

 나 또한 마찬가지, 아이를 때린 엄마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었다.

아들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아들, 엄마가 미안해. 

그래도 널 때리면 안 되는 건데 엄마가 나도 모르게 그랬네. 

용서해 줘.”



“응 알았어. 내가 잘못한 것도 있어. 괜찮아.”



“엄마 좀 누워 있을게.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응. 나 텔레비전 봐도 되지?”



“그래.”     






불 꺼진 방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눈물이 났다.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 작은 아이를 때렸을까?     



어린 시절 나는 맞는 게 너무 무서웠다.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나와 동생을 손으로 때린 적이 없었다. 

항상 30센티미터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때리셨다. 

그것도 나와 동생과 늘 상의하고 몇 대를 맞아야 하는지

 물은 다음에 그렇게 하셨다.

 그렇게 자랐건만 나도 모르게

 손이 하늘로 붕 떴다가 아이 등짝에 스매싱을 날려 버렸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참을성의 부족이겠지? 


그럼 나는 왜 참을성이 부족했을까?


 그 시간은 이미 저녁을 먹은 시간이었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곰곰이 탐정처럼 나의 하루를 되돌려 보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나의 피곤함! 


육체적으로 내가 너무 피곤했던 것이 이유였다. 

육체가 힘드니 정신력도 약해지고

 참을성, 인내심은 개나 줘 버렸고

 짜증이 난 찰나에 아이가 딱 걸린 것이었다.



흠……. 반성했다. 

나의 피곤함이 아이를 잡았구나.




그 일이 있고 나서는 피곤하면 피곤하다. 

힘이 들면 힘이 든다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퇴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밥을 하고

 아이와 놀아 주고 

집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은

 해도 표가 안 나고

 안 하면 순식간에 돼지우리가 된다.




 누가 해 주지도 않을 일인데 싶어 하자니 끝도 없고 

안 하자니 나도 불편하고 참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피곤하다고 누워 있자니 그래도 눈치가 보이고

 놀아 주자니 짜증 난 내 얼굴 때문에 아이가 내 눈치를 보고

 이러나저러나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가 참 불쌍했다.




그래 엄마가 병원에 누워있는 애들도 있는데 뭐.

 오늘 하루 누워 있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이냐.

 그렇게 대자로 누워 버렸다.     




나는 갑상선의 문제가 있어서 

매일 약을 먹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다. 

예민하고 까칠한 여자가 이 정도로 편하게 아들 키우는데 

이런 날도 있는 게 당연한 거야.

 스스로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줬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항상 논리적으로 폭발하기 전에 이유를 설명한다.





“아들, 엄마가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 봐. 그래서 좀 쉬어야겠어.”


“어제 엄마 일한다고 늦게 잔 거 알고 있지?”


“엄마 아침부터 수업 듣고 일하고 온 거 알지?” 




상황에 따라 이유는 바뀌기는 하지만 

나름의 이유를 대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눕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자기랑 놀기 싫거나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엄마가 나와 떨어져 있는 거라고 오해를 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아이들은 설명을 해 주면 그대로 이해를 한다. 

물론 그 설명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실하지 않는 이유는 진실한 아이들에게 훤히 다 보인다. 

진실하지 않는 이유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은 진실하지 못한 어른들뿐이다. 


   





많은 엄마들이 물어본다.


“아이가 하나면 더 편할까요?”


그럼 다른 엄마들이 대답한다.


“혼자 있을 때 놀아 달라고 하는 게 더 귀찮지 않아요? 

둘이면 같이 놀기라도 하니까 난 좋던데.”






일을 하지 않는 엄마가 물었다.


“직장맘들은 아이한테 소리 지르거나 때리지 않겠죠?

 볼 시간이 더 적으니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하는 엄마라고 애 밥 안 줍니까?

 똑같습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똥쌤의 3초 영문법> 을 지은 fun fun한 선생이자

<아들! 엄마 좀 나갔다 올게> 의 뻔뻔한 엄마 입니다. 


엄마의 인생은 짧고

여자의 인생은 깁니다.

그래도 됩니다.

그렇게 키워도 됩니다.

당신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ㅁㅎ)추석.....이 다가오네요.

한숨 미리 백번 쉬고 잘 버티시길~~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되길~~

힘!! 내십시요 ㅎㅎ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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