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
낯선 도시에 가면 지도를 구해봅니다. 호텔이나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배포하지만 희소성 있는 보물지도나 각종 바우처를 겸하는 지도는 거래되기도 합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실물이기에 질감, 내구성 등 용지의 선택도 중요합니다. 목적지를 찾는 것이 기본인지라 이리저리 돌려보고 상상력을 동원해도 알아볼 수 없는 난해한 지도는 애초에 디자인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손수 지도를 제작해 본 적이 있다면 얼마나 과학적이면서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작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적재적소에 오픈소스 지도 api를 불러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api를 잘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접속할 때마다 돈이 들어옵니다.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위치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고요. 종이지도보다 편리하지만 내 동선이 공개되어 왠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수준을 대변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활동 반경이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이자 정보가 되고 이것이 모여 빅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자본과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피가 순환하지 않으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듯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운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 지식과 자본이 없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인싸'라면 주변에 사람들이 넘칠 것이고, 남이 시킨 일만 할 수 있는 '을'의 정체성이 몸에 밴 사람이라면 고독하게 늙어갈 수 있습니다. 1인 가구가 40%에 육박하고 있는 지금, 가끔씩 만나자며 귀찮게 구는 친구마저 없다면 반복되는 매일이 중복 제거되며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사용자의 위치정보는 당신이 봇 (bot)이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지도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운전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콜택시나 배달을 시킬 때에도 지도 UI/UX는 필수입니다. 게임처럼 위도와 경도를 찍어 구글어스로 지구 구석구석을 둘러보거나 로드뷰로 외관을 둘러볼 수 있는 신기한 세상입니다. Google Maps, Apple Maps,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등 플랫폼마다 디테일이 다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도를 선호하나요? 저는 국내에서는 **맵을, 해외에서는 가급적이면 그 나라 기업이 만든 지도를 선호합니다. 지도가 곧 권력이자 목숨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태양과 바람의 방향, 나침반에만 기대어 망망대해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하며 패권을 겨루던 대항해시대도 있었습니다. 조선의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듯 지금도 진짜 사용되는 지도는 중요합니다. 남이 만든 판에서는 내 마음대로 돈을 벌거나 꿈을 펼치기 어렵기에 지도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구 위에서 서로 땅따먹기를 하며 겨루던 20세기를 지나 우주시대에도 지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라마다 경쟁하듯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치추적은 수신기가 내장된 스마트폰의 보급과 위성기술로 가능해졌습니다. 세 개의 위성과의 거리와 각 위성의 위치를 알게 되면 삼변 측량을 이용해 지상에서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으니까요. 비근한 예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수신하는 경우에도 어렵지 않게 IP geolocation 위치추적이 가능합니다.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 무슨 동에서 접속했고 컴퓨터 운영체제와 통신사, 브라우저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비대면 근무를 하지만 상대방의 동의가 있으면 원격으로 화면, 카메라, 스피커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으니 신기하고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낸 빅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긁어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달러가 모여 얼마나 큰 파워가 되는지 알고 있다면 코드를 공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 Lisay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