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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Park Mar 25. 2019

코펜하겐에서 집 구하기

코펜하겐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있을 때부터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은 같이 일하던 덴마크 친구로부터. 내가 덴마크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제일 먼저 같이 일하던 덴마크 친구 크리스티나에게 털어놓았다. 아무래도 덴마크 출신이다 보니 이런저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으로도 가본 적 없는 나라를, 한국인조차도 많이 살고 있지 않은 나라를, 영어권 국가가 아닌 나라를 가는 게 너무 무모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크리스티나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녀는 코펜하겐 출신이 아니라 다른 지방 출신이어서 코펜하겐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코펜하겐은 암스테르담 같은 인터내셔널 한 도시이니 덴마크어를 몰라도 일을 구하거나 살기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종종 말해줘서 코펜하겐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해줄 수 없었던 건 집을 구하는데 조언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친구들이 코펜하겐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코펜하겐 출신들이 아니고, 플랏을 셰어 하는 친구들이기도 했고 일단 여기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혹시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없나 물어봤지만 대답은 0. 출국일은 점점 가까워지고 초조함이 늘어가니 크리스티나는 나에게 집 구하는 게 정 힘들면 자기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지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코펜하겐에서 거리가 꽤 먼 곳.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인 게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다.


비자 문제와 암스테르담 집 정리 때문에 출국 직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출국을 약 일주일 정도 앞두고 나는 페이스북 그룹을 찾아봤다. 외국 생활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는 꽤 유용하다.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사를 할 때도 집을 페이스북 그룹에서 찾았다. 다만 페이스북 페이지는 가입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치열하다는 것. 코펜하겐도 숙소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그룹이 있다. Accommodation + Copenhagen(지역) 혹은 Rooms + Copenhagen(지역) 등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그룹들을 찾을 수 있다. 가입 인원수가 많은 그룹 세 군데를 가입해서 올라오는 글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듣던 대로 코펜하겐의 렌트비는 살인적이었다. 체감으로는 암스테르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돈의 단위가 유로와 다른 크로나이다 보니 렌트비 금액을 보고 매번 환율 계산기를 두드리며 검색을 해볼 수밖에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화폐 단위와 지역명에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일단 렌트비 적정선을 정해두고 내 기준보다 비싼 집들은 그냥 다 스킵하고 적당하다 생각되는 렌트비를 올린 글들 위주로 글을 읽었다. 또 한 가지 제외한 것들은 두 달, 혹은 세 달 이상의 디파짓을 받는 집들이 었다. 안 그래도 비싼 렌트비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두 달, 세 달의 디파짓을 내야 한다니. 게다가 첫 달 렌트비까지 합한다면 초기 지출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역시 제외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같이 올린 집, 글만 쓴 집 가릴 처지가 되지 못했다. 거리는 대충 지도를 보고 30분 안에 센트럴로 올 수 있는가를 따져봤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약 10군데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중 바로 답장이 온 곳은 두 군데였다. 보통은 메시지를 주고받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뷰잉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가는데, 나는 출국 전이었으므로 양해를 하고 도착하는 날에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무료인 페이스북 그룹 말고도 유료 사이트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유료 사이트를 통해 구한 집이다. 제일 유명한 사이트는 findroommate와 boligportal이라는 사이트이다. 광고는 볼 수 있지만, 글을 올린 집주인 혹은 부동산에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상하게 내 컴퓨터에서는 boligportal 사이트가 잘 안 열려서 나는 findroommate를 위주로 봤다. 가입을 하고 나에 대한 프로파일을 열심히 작성했다. 내가 작성한 프로파일을 보고 매치하는 부분이 있으면 광고를 낸 사람들이 보고 컨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듯했다. 가입을 하고 바로 세 개 정도의 메시지를 받았으니 말이다. 먼저 메시지를 받으면 사기 같은 느낌이 들어서 꺼려지긴 했는데 검색해보니 다들 광고를 올렸던 집주인들이다. 나는 출국 3일 전에 프리미엄 결제를 했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3일인가 4일 동안 15 크로나를 주고 이용할 수 있었다. 굉장히 저렴한 가격! 확실히 괜찮은 집들은 유료 사이트가 훨씬 많긴 했다. 어떤 사람들은 findroommate에도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 그룹에도 글을 올리기도 해서 중복되는 글들도 간간히 있었다. 결제도 했겠다, 맘에 드는 집이 있으면 바로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바로바로 오지는 않았다. 다행히 출국 전전날에 한 군데서 답장을 받았고, 역시 덴마크에 도착하는 날에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15 크로나를 주고 이용하는 동안에 해지를 미리 해놓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되어서 결제가 되기 때문에 나는 바로 해지를 했다. 해지를 하면 끈질기게 가격을 할인해 줄 테니 연장을 하라는 등의 메시지가 계속 뜬다. 예전에 한 음악사이트를 정기결제를 해지할 때가 생각이 났다. 끈질기게 이런저런 혜택을 줄 테니 해지하지 말라고 애원하던 그 메시지들.


코펜하겐에 도착해서 총 다섯 군데의 집을 뷰잉 할 수 있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두 군데를, 둘째 날에는 Østerbro 쪽에 있는 집을 보러 갔다. 위치가 굉장히 좋은 집이었다. 도착하면 전화를 달라고 해서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었더니 얼마 후 굉장히 인자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집은 3층에 있었다. 고작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조금 힘들었다. 현관문이 옛날 대문 같은 느낌이었다. 양문형 대문이었다고 해야 하나? 덴마크 집들은 한국 집들처럼 신발을 현관에 벗는 듯했다. 여기서도 역시 신발을 벗고 집을 들어섰다. 방도 많고 거실도 정말 크고 좋았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 할아버지, 그리고 일본인 학생 셋이 살게 된다고 했다. 화장실도 붐빌 일 없고 욕실도 전혀 붐빌일이 없고 키친도 전혀 붐빌 일이 없다고 했다. 집을 다 본 후 거실의 할아버지 작업실 같은 곳에 앉아서 꽤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 건축학과 교수님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은퇴를 하신 것 같았다. 한국도 가보셨다고 하여 신기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들어오고 싶으면 바로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전에 살던 테넌트가 주인 할아버지 이메일 주소를 메시지 보낸 사람들에게 전부 뿌린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메시지를 받았는데 답장은 몇 개 안 했다고 했다. 그 와중에 답장을 받은 나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지. 첫 번째 뷰잉 간 집과 오늘 뷰잉 간 집이 둘 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민을 엄청 했다. 물론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세 군데의 집을 보고 고민을 했다. 첫 번째 집이 뭔가 마음에 들어서 이사를 갈 수 있냐고 연락을 했는데 아쉽게도 나보다는 조금 더 자기들의 조건에 맞는 테넌트를 구했다고 했다. 갑자기 나는 마음이 초조해져 할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서 이사를 가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약간 늦은 저녁이어서 전화하는 게 실례 같아서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진 나는 어떻게든 에어비앤비 기간 내에 집을 구하고 싶었으므로, 또다시 페이스북 페이지에 여기저기 메시지를 보내 놓고, boligportal을 가입해서 결제를 했다. 이상하게 크롬에서 페이지가 잘 안 열려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여러 집주인들에게 꾸역꾸역 메시지를 보내 놓았다. 다행히 한 군데서 바로 대답이 왔고, 에어비앤비 집 근처여서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보러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약속된 시간에 맞춰 집을 찾아갔다. 집은 약간 오래된 덴마크 스타일 집이었다. 5층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엘리베이터는 없어서 역시 힘들었다... 집 보러 다니면서 내가 얼마나 운동부족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집주인과 나 둘이 사는 집이었고 내부는 레노베이션을 해서 굉장히 깨끗했다. 방도 내가 여태까지 보러 갔던 방들 중 제일 넓었다. 방문 바로 건너편에 있던 화장실은 나 혼자만 쓰는 화장실이라고 했다. 복층 구조였는데 2층은 집주인이 혼자 쓰는 구역이었고 1층엔 내가 지낼 방, 화장실, 주방 그리고 작은 거실이 있었다. 집주인은 보통 2층에서 생활하고 밥도 거의 잘 안 해 먹는다고 하여 거의 혼자 사는 것처럼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더 이상 집 보러 가기도 지치고 힘들기도 했고, 이 집이 맘에 들기도 했고 해서 바로 이사를 오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첫 뷰잉이고 다른 뷰잉 약속들이 잡혀있어서 당장은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제발 꼭 연락을 달라고 하고 밖을 나섰다.


할아버지 집에 이사를 가고 싶었는데 연락이 계속 없어서 어떡하나 안절부절못하던 와중에, 카페에서 또 열심히 boligportal을 보던 중, 한 군데서 연락이 와서 바로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집. 코펜하겐 센트럴 역까지 2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집 위치도 메트로 역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가는 거리여서 괜찮아 보였다. 3층 건물이었지만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신식 건물이었고, 제일 중요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집은 광고에 올려놓은 사진처럼 정말 깨끗했다. 엄청난 결벽증을 가진 집주인이었다. 방은 사진처럼 깨끗했으나 굉장히 좁았다. 이처럼 좁은 싱글 침대에서는 여태 자본적이 없었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렌트비가 내가 정해둔 기준보다 약 300 크로나 정도 비쌌으나 디파짓을 렌트비의 반만 받길래 이 정도면 낼만하겠다 싶어서 냉큼 이사를 오고 싶다고 말을 했다. 정말 다행히도 집주인이 바로 이사 와도 된다고 하여, 그렇게 나는 집을 구하게 되었다. 바로 집 계약서를 쓰고, 돈을 송금해주고 집 열쇠를 받아왔다. 에어비앤비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야 할아버지에게 연락이 왔다. 이미 집을 구한 후라 괜히 미안했다. 어쨌든 뷰잉을 다섯 번에서 끝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 을까? 아직 한 달도 채 살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고 있어서 벌써부터 다른 데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터와 가까워서 참고 있는 중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햇빛이 잘 들어오는 거실


덴마크 워홀 페이스북 그룹에서 예전의 많은 글들에서 사람들이 집 구하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아서 얘기를 했던 게 걱정을 많이 하긴 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집을 빨리 구했다. 100% 마음에 드는 집은 아니지만 내 한 몸 뉘일 곳이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어느 나라에서 살든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이 집 구하기이니 말이다. 코펜하겐에 살러 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집을 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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