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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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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Park Mar 27. 2019

네덜란드로 가는 길

Why Netherlands?

영국에서의 비자가 끝나가던 무렵, 나는 일 말고 공부가 하고 싶어 져서 유럽 내의 학비가 저렴하면서도 영어로 "학부"수업을 하는 학교들을 찾아봤다. 물론 학비 저렴하기로 유명한 독일을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독일의 학부 수업은 거의 대부분이 독일어를 할 줄 알아야 했고, 나는 독일어를 다시 배우기 위해 시간을 쏟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언어에 특별한 능력이 있어 금방 배울 수 있었다면 독일만큼 훌륭한 곳이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찾게 된 이웃나라 네덜란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네덜란드는 유럽 내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도 영어를 제일 잘하기로 손꼽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네덜란드의 대학교들. 많은 학교들이 영어로 수업하는 학부가 있었다. 공부하고 싶었던 학과들을 추려서 정리를 해보고, 휴가를 일주일 정도 내서 네덜란드에 직접 가서 여행겸 학교 투어도 하고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아 아직 나는 만 30세가 아니지! 네덜란드에는 워킹 홀리데이가 없나? 하면서 찾아보던 와중,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워홀 모집을 언제쯤 하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는데 대사관 측에서는 10월 즈음에 모집을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9월이 지나고, 10월이 다가왔다. 2017년 10월 첫 주는 추석이 있었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끝나면 바로 모집 공고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시간 아침 9시-10시쯤 올라오겠지, 올라와도 바로 신청하는 게 아니겠지 싶어서 저녁 열 시 즈음에 잠들었는데, 하지만 그날따라 저녁을 안 먹어서 그런지 잠은 금방 들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새벽 2시에 깼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서 워홀 인포센터 사이트를 기계적으로 새로고침 했는데 공지가 올라왔다. 한국시간으로 9:18에 올라온 공지였는데 그 당일 12시에 온라인 방문 예약을 바로 시작한다는 공지였다. 너무 놀라서 잠이 퍼뜩 깼다. 한국시간 12시면 영국 시간으로 새벽 4시. 2시간이나 남았는데 다시 잠들 수도 없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 긴장 불안 초조함을 가지고 새벽 4시까지 기다렸다.


이때의 네덜란드 워홀 신청은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워킹 홀리데이를 위한 인터뷰 예약을 하는 것이었다. 모집 인원은 총 100명. 미리 이름, 전화번호, 메일 주소를 써놓고 기다렸다가 4시 땡! 하자마자 다음 단계를 눌렀다. 최대한 늦게 가기 위해 인터뷰 예약하는 달력 10월은 보지도 않았고 11월 페이지로 바로 넘어갔는데 예약 가능한 제일 마지막 날짜가 15일로 나와있어서 15일로 일단 예약을 바로 눌렀다. 내가 생각한 날짜보다 일주일 앞서긴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싶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어서 다른 창에 켜놨던 예약 페이지에서 다음 단계 눌러서 보니 처음에 안보이던 17일 날짜가 오픈이 되어있었다. 잽싸게 예약 메일의 Reschedule appointment를 눌러서 17일로 변경을 했다. 이렇게 나는 운이 좋게도 네덜란드 워홀 모집 인원 100명 안에 들게 되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별거 아니었을 대사관 방문은 나에게는 제일 큰 부담이 되었다. 한국을 갔다 와야 했고, 비행기표를 급하게 사야 함은 물론, 예약 날짜에 맞춰 가기 위해 회사에 휴가 신청까지. 스트레스로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다. 비자 신청은 말이 인터뷰지 사실 가져간 서류 제출, 지문 찍은 게 전부였다. 다만 걸렸던 부분은, 비자 시작일 지정을 서류를 내던 날의 시점에서 최대 3개월까지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영국 비자는 8월에 끝나는데... 어쩔 수 없이 비자 신청일을 2월 16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비자 신청은 어려움 없이 끝났고, 이제 네덜란드 이민국인 IND에서 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됐다.


4일 만에 바로 IND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다행히 서류에 이상은 없었는지 별 말이 없었고, 비자 신청 수수료인 51유로를 송금할 때 레퍼런스에 application number와 v number를 쓰고 송금한 영수증, 그리고 첨부한 3개의 pdf파일을 작성해서 첨부, 그리고 예상 입국 날짜를 써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메일을 받은 3주 안에 끝내라고 하여 영국으로 돌아와서 마무리를 지었다. 비자 신청 수수료가 51유로밖에 들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서류들을 스캔해서 dpf 파일로 만들어 IND로 보내고 하는 굉장히 수고스러운 과정들이 이어졌다.


모든 서류를 보내는 과정이 끝났고, 약 한 달 정도만에 비자가 승인됐다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MVV라는 임시 비자 스티커를 받으러 다시 대사관에 가야 하는 일이 남았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휴가 끌어모아, 데이 오프 끌어모아 5일의 휴가를 만들어 한국을 다녀왔다. 비자 픽업 시간은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였는데 예약 없이 아무 때나 가도 됐다. 직원분께 여권을 드리니 내 사진이 떡하니 박혀있는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도장을 찍어줬다. MVV 유효기간 안에 네덜란드에 입국을 하여 레지던스 퍼밋을 픽업해야 한다고 했다.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장기 거주를 위한 비자 신청은 쉽지가 않다. 그나마 쉬웠던 나라는 호주였달까. 내가 살았던 나라들 중 호주를 제외한 나라들은 전부 그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내야 할 서류도 많았고, 금액도 만만치 않았고, 어떤 나라는 병원에 가서 검진도 받아야 했고.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비자 신청 자체도 정보가 너무 부족하여 헷갈리고 우왕좌왕했으나 결국에는 비자를 받았다. 그때의 그 기분이란. 비록 1년짜리 워킹 비자이지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많은 지인들이 왜 네덜란드로 가?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사실 네덜란드는 이전에 내가 살았던 나라들같이 내가 정말 살아보고 싶고 여행하고 싶어서 가는 나라가 아니었고, 단지 네덜란드 대학에 입학 전 워홀로 먼저 살아보고 경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일이 설명하기가 또 어찌나 귀찮던지 그냥 한국 가기 싫어서 라고 얼버무렸다. 왜 네덜란드냐는 질문에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정말 별 것 아닌 이유로 나는 네덜란드에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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