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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Park Apr 07. 2019

모든 게 낯설었던 암스테르담에서

암스테르담에서의 첫날

MVV라는 임시 비자가 끝나기 전, 레지던스 퍼밋을 픽업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들렸다. 당시 나는 런던에 살고 있어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데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비행기 가격도 저렴했고, 거리도 가까웠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IND에 들렸을 때 레지던스 퍼밋이 이미 나와있어서 바로 픽업을 했다고 해서 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고, 그래서 1박 2일이면 충분하겠지- 하고 1박 2일로 암스테르담을 들렀다. 하지만, 내 레지던스 퍼밋은 나와있지 않았고 나는 직원의 처리하에 레지던스 퍼밋을 새로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가 5월 1일에 완전히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네덜란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유로스타를 이용하여 네덜란드로 왔다. 시간은 더 오래 걸렸지만 유로스타를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유로스타 런던-암스테르담 직행 열차가 새로 생겨서 세일을 했었고, 유로스타 예전 마일리지 제도가 없어지면서 그동안 쌓았던 포인트를 10파운드 바우처로 바꿔준 걸 사용을 하여 편도를 25파운드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짐을 두 개 가지고 탈 수 있었고, 비행기와는 달리 액체류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딜레이 때문에 약 4시간이 걸려 Amsterdam Centraal Station에 도착을 했다. 바로 중앙역으로 오니 편하고 좋았다.


지난번 방문 때도 지냈던 Generator hostel에 짐을 풀고 바로 IND로 향했다. 지금은 IND의 위치가 옮겨졌지만 이 때는 Heineken Experience 근처에 IND가 있었다. 오후 즈음에 갔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아주 오랜 기다림 없이 레지던스 퍼밋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지난번 방문 때처럼 혹시 안 나와 있다거나 지난번 신청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신청해야 한다고 할까 봐 조금 걱정을 했으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네덜란드의 레지던스 퍼밋


사진이 조금 범죄자스럽게 나온 거 빼고 다행히 이상 없던 나의 레지던스 퍼밋. 이건 뭐 내 얼굴이 문제이니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걱정했던 비자 시작 날짜도 내가 애플리케이션에 썼던 날짜 그대로 나왔다. 어떤 사람들은 비자 발급됐다고 메일 받은 날의 날짜로 나왔다던데, 나는 어쨌든 내가 썼던 날짜대로 나왔다.


레지던스 퍼밋을 픽업하자마자 나는 집 뷰잉을 하러 Diemen이라는 지역을 갔다.

런던에서 집을 구할 때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집을 구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이트인 스페어룸도 있었고, 한인 사이트인 영국 사랑에도 집 광고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사진을 보고 대충 마음에 드는 집에 연락을 하여 어렵지 않게 뷰잉을 하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아니 암스테르담은 약간 상황이 달랐다. 얼핏 주워들은 대로 집 구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나는 페이스북 그룹을 이용하여 집을 구했는데, 올라오는 광고를 보고 얼추 적합한 가격의 집에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냈는데 응답률이 0%에 수렴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한 군데 연락이 왔고 도착한 날 바로 집을 보러 가기로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내가 아는 암스테르담은 오로지 센트럴뿐이었기 때문에, 어디가 거주하기 괜찮은 지역인지 알 길이 없었고, 거리 감각도 하나도 없었다. 더치 친구인 니나에게 디먼이라는 지역이 어떤지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아인트호벤 출신이고 암스테르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했다. 니나의 직장 동료들도 잘 모른다고 해서 약간 걱정을 안은 채로 집을 보러 갔던 디먼.




처음 3개월 동안 살았던 정든 Diemen


막상 가보니 아주 조용한 주거지역이었다. 센트럴에서 트램 타고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는 게 조금 흠이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집주인.. 아니 메인 테넌트라고 해야 하나. 편의상 집주인으로 하자면 그 집주인은 나랑 동년배의 중국인이었는데, 첫인상이 다행히도 굉장히 좋았다. 집은 2 베드룸에 큰 거실, 그리고 주방, 화장실로 이루어진 집이었는데 내가 본 방은 사진과 똑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조금 작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셰어 공간을 둘러보고 잠깐 앉아서 인터뷰 식으로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했다. 이 집은 3달 단기 셰어였는데 시청 거주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3달 단기인데도 이런저런 요구하는 사항들이 꽤 많아서 까다롭다고 느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이 친구가 요구한다기보다는 진짜 집주인이 요구하는 사항들이었다. 직장이 있는지, 풀타임인지 파트타임인지, 학생인지 등등. 렌트비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요건인지를 보는 것 들이었다. 다른 집 광고들 보니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다 비슷하게 요구하는 것 같아서 그러려니 했다. 페이스북 그룹에 메시지를 수십 개 보냈는데 연락이 온 곳이 극히 드물었고, 뷰잉 약속을 잡은 곳이 아직 없어서 아직 암스테르담에 온 지 첫날이었지만 마음이 초조했다.


네덜란드 역시 집을 구하는 게 제일 중요했던 이유는, 시청에 거주 등록이 가능한 집을 구해야지 BSN(Burgerservicenummer)이라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번호를 받을 수 있고, 이 BSN이 있어야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행정 처리는 우리나라의 행정 처리 속도를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수두룩하다. 시청 거주 등록을 하고 나서도 1-2주일을 기다려야 우편으로 BSN이 쓰여있는 레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 나 같은 경우는 네덜란드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바로 일을 구한 상태라 처음에 계약서를 쓸 때 이것들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BSN과 은행 계좌 모두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나는 BSN이 나올 때까지 일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전에 살았던 호주나 영국은 영어권 국가이고 두 나라가 다 비슷하게 느껴져서 (당연히 호주는 영연방 국가이니!) 어렵다- 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네덜란드는 뭔가 다 생소하고 낯설었다. 아마도 제일 큰 이유는 언어 때문이겠지. 물론 네덜란드 국민들 대부분이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비영어권 국가들 중 영어를 제일 잘하는 나라로 늘 꼽히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긴 하지만 엄연히 그들의 모국어는 Dutch. 외국인에게는 영어를 쓰지만 그들끼리는 당연히 더치어를 쓴다. 어느 곳을 가도 간판에는 네덜란드어가 쓰여있고, 집으로 오는 우편 공문들 모두 네덜란드어가 쓰여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읽을지 감도 안 오던 네덜란드어 때문에 그저 낯선 나라라고만 느꼈다.


워홀 비자로 네덜란드로 이사 오기 전, 두 차례나 네덜란드를 왔었지만 그때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이곳에 집을 구하고, 일을 구해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년간 여기저기서 살아보며 새로운 나라에서 사는 건 어떻게든 되겠지 라며 늘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었는데 이건 모두 내가 "영어권 국가에 살 때" 한정이었다. 외국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걱정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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