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생리해요.(2)

by 이동수

교사 생활을 하며 가장 곤란한 일 중 하나가 도난 사고다. 돈, 옷, 화장품, 문제집, 노트 분실 혹은 도난당했다고 신고하는 물품의 종류도 다양했다. 물론 돈이 대부분이었다. 잃어버린 아이의 관리 부실을 탓하기도 했다. 자기 물건 자신이 잘 관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리고 반 전체 아이들에게 어떤 놈인지 반드시 찾아서 가만 안 둔다고 협박을 해도 도난은 줄지 않았다. 범인으로 짐작되는 아이도 없었다. 몇몇 아이들을 통해 은밀하게 알아보았지만 모두 모르겠다고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범죄이며 사람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짓인지를 매일 강조하는 것뿐이었다. 도난 사고가 끊이지 않자 반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별 대책 없이 오늘은 도난사고가 없기를 빌며 넘기고 있었다. 무능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범인 잡는 것을 반포기하고 있을 때 반장을 포함해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로 왔다. 그들은 흥분해 있었다.

“왜? 무슨 할 말 있니?”

“선생님”

한참을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뭔가 큰일이구나 싶었다. 반장은 시원시원하고 밝은 성격으로 나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 역시 신뢰하는 아이였다. 이런 아이가 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다니... 분명 큰일이다 직감했다. 기다렸다. 한참 뜸을 들이다 반장은

“선생님,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무 분해서요. 그리고 모른 척하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뭔데 그러니?”

“저... 우리 반에서 있었던 도난 사고 범인이 누군지 저희 알아요”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도난사고 범인을 신고하라고 온 거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최대한 침착하게

“누군데?”

“○○이요.”

“어떻게 알았니? 증거는 있니?”

“미애가 돈 잃어버렸을 때 ○○이가 매점에서 그 돈을 쓰는 걸 봤어요. 미애 돈에 낙서가 돼있어서 미애 돈인 줄 알았아오.”

“왜 그때 얘기하지 않았니?”

“선생님에게 말하면 ○○이가 징계받고 그러면 전교에 모든 학생들이 알 거 같았어요.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순 없어서 저하고 부반장 하고 미애하고 같이 ○○이를 만났어요.”

“○○이한테 말하니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마음 약한 미애가 울면서 이야기했다.

“그래, ○○이도 인정했다는 말이지?”

“네. 근데 진짜 우리가 화나는 건 그때 분명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거든요. 몇 번이나. 우리가 용서해준다면 다시는 안 그런다고 울면서 이야기했어요. 우린 그 말을 믿었고요. 근데 오늘 또 지현이 돈이 없어졌어요. 근데 ○○이가 지현이 가방에서 돈을 훔치는 걸 제가 봤어요.”

“오늘 봤다고?”

“네 훔쳐서 친한 아이들 몇이랑 매점 가서 과자랑 음료수 사 주더라고요. 다신 안 그런다는 다짐을 믿고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이제 못 믿겠어요.”

“그래 알았다. 일단 내가 ○○이를 만나보마.” 아이들은 돈이 없어진 것보다는 약속을 하고 또 그런 짓을 저지른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변상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흥분한 아이들을 달래고 달랬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돌려보냈다. ○○이가 왜 그랬을까? 비밀유지를 당부했지만 반 아이들 전부가 아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쩌면 이미 다 아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교실로 가서 ○○이를 상담실로 불렀다.

“네가 훔쳤다는데 사실이니?”

“네”

너무 순순히 인정을 해서 놀랐다. 차라리 아니라고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너무 편안하게 인정을 했다. 죄책감 같은 것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왜 그랬니?”라고 묻는 내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선생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리만 하면 남의 것을 훔쳐요. 아무리 안 하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훔치고 있어요.”

“뭐라고 생리 때 남의 물건을 훔친다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랐다. ○○이는 자신에게 생리 도벽 증세가 있음을 고백한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생리 도벽’에 대한 방송이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본 ○○이가 자신의 도벽을 용서받기 위해 한 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널 못 믿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난감했다. 피해자들에겐 다 변상해야 하니 어머님께 선생님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는 엄마가 지금 암으로 아프다고 했다. 추석 때 받은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모두 돌려주겠으니 제발 엄마에겐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난 안된다고 했다. 어머님께서 아프시니 아버님에게 말씀드리고 너의 도벽을 고치도록 해야겠다고 했다. ○○이는 울며 사정했지만 내 선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생리 도벽이 진짜인지 아님 핑계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든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나쁜 버릇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학교만이 아니라 부모의 꾸준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빠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아이를 혼내지 마시고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시기를 권했다.

○○이를 공개 사과시키지는 않았다. ○○이는 자신의 생리 도벽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공개 사과하고 아이들의 감시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반장과 피해자 아이들만 따로 불러 사과를 시켰다. 잔뜩 화가 나서 모인 아이들이었지만 ○○이가 울며 사과하자 곧 다 같이 울었다. 그 이후 도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생리 도벽이라는 ○○이의 말이 사실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또 나의 대처가 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중학교 1년 담임을 맡았다. 올해는 유별나게 도난 사고가 많아 힘들다. 피해자, 가해자 모두 사춘기 학생이라 조심스럽다. 도둑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 고통과 도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고통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만 하는 담임의 처지가 힘들다. 왜 도둑을 챙기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나는 그럼 걔는 누가 챙기냐고 되레 묻는다. 선생을 할 만큼 한 것 같은 데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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