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버스 추억

학교 가는 즐거움...

by 이동수

온 가족이 출동한 입학식을 하기 위해 어렵게 도착한 학교는 고풍 창연 했다. 돌로 지은 건물과 잘 자란 잔디밭, 그리고 멋있는 동상, 3·1 운동, 6·10 만세 운동 기념비, 넓은 운동장, 야구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드리나무들. 겨울방학 동안 가졌던 학교에 대한 불만은 금방 자랑스러움으로 교체됐다. 부모님 역시 이런 학교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걱정과 달리 학교생활은 재밌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는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같이 놀았다. 한 반에 꼭 한 두 명씩 있던 공부를 포기한 아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걱정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것은 543번 버스 타는 즐거움이었다. 등교하기 위해 543번 버스를 타는 과정에는 즐거움이 없었다. 특히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는 아침에 7시 30분까지 등교하려면 집에서 6시 정도에는 나와야 하는데 이건 참 힘들었다. 더욱이 버스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 대라도 놓치면 낭패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버스 종점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타는 관계로 앉아서 갈 수는 없었지만 타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정거장 지나면 이 한가한 버스도 안내양 누나가 쑤셔놓고 버스가 흔드는 대로 꽉꽉 채워져야만 했다. 30분 정도를 달리면 학교 근처에 있는 3개나 되는 여학교의 학생들이 각종 곡예 끝에 승차를 했고 우린 여학생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아슬아슬 피하며 또 즐겼다. 이 즐거움은 등굣길이 주는 괴로움을 대체하고도 남았다. 여학생들의 떠드는 소리와 안내양 누나의 괴성과 버스의 쿨럭 거림으로 우리의 등굣길은 언제나 신났다. 힘들게, 아니 신나게 타던 버스에서 밀려 내리면 우리 앞에는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있었기 때문에 도록에서 학교까지는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래도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아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르막이어서 지각이 아슬아슬했을 때는 뛰는 데 힘들었다. 그 길마저 우린 서로를 만난 기쁨에 즐겁게 보냈다. 어젯밤에 헤어지고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린 몇십 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처럼 우린 너무 할 말이 많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주로 선생님들 험담 아니면 버스 타고 오면서 만났던 여학생에 대한 품평이었던 것 같다. 죽어라 공부만 하기를 강요받아 더 일찍 그리고 늦게 이 길을 오르고 내리던 고3 때도 우리의 즐거움은 줄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543번 버스와 이 등굣길이 내 무미건조한 사춘기를 지탱해 준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 어떤 즐거움으로 올까? 선생님들은 배움의 즐거움이라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 저마다 다 다른 이유로 즐겁게 왔으면 한다. 그리고 사각형 건물 안에서도 즐거운 뭔가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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