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E #피드백 #성공적
※ 영화 <인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어떤 담론적인 견해를 담아 장문으로 써본 적은 처음이라, 지난 글 "남자의 적은 남자다"에 대해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습니다. 주로 "왜 시니어 여성 인턴을 등장시켜 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확산하느냐"는 저의 물음에 대한 답변이 많았습니다. 미처 제 생각이 닿지 않았던 점에 대한 타당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차분하고 일 잘하는 벤의 반대 모습을 보여주려면 덤벙대는 캐릭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기존에 있던 운전자가 이미 남자였으므로 바뀐 운전자까지 남자였다면 오히려 남자밖에 운전을 안 하냐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운전이 성별의 구분 없는 영역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여성인 시니어 인턴이 등장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단지 그 캐릭터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설정을 선택한 것이 경솔하다는 말은 합당치 않으며, 오히려 필자가 그러한 선입견에 과도하게 갇혀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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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도둑 사건은 "나이 70 먹은 할배도 남자라 속은 장난꾸러기 아이다"라는 거 한 번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처음에 줄스는 본인에게 할당된 개인 인턴을 정할 때¹ 자신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음을 이유로 들어 그를 생각나게 하는 실버 여성 대신 벤을 선택한다. 벤은 오랜 세월 회사 근처에서 지내며 지리에 빠삭하고, 한 번도 줄스가 잠들 정도로 편안하게 해준다. 이와 반대의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줄스에게 가장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지리에 약하고, 운전이 서투르며, 다른 차량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데다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실버 여성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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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벤에게 있어 노트북은 알 바 아니긴 하다. 그러나 본인이 줄스의 인턴으로 고용된 순간부터,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아울러 그로 인해 줄스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이 본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존재감을 느꼈을 것이다. 기사에 대한 일침, 책상 정리에서 그녀의 생활, 가정에 이르기까지 점점 깊숙이 그녀의 일면에 도움을 주는 에피소드가 배열되다가 조금은 더 상징적이고, 극적인 에피소드 선정으로 인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닐지.
첫 번째 의견은 정말로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두 번째 의견은 영화 볼 때 순간 스쳐지나 간 후로 글을 쓸 때는 저에게 돌아오지 않았던 점이라 아차 싶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소중한 피드백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LISE의 모든 글은 언제나 여러분의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
¹ 줄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자상한 할머니'와 '노신사' 중 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