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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E리제 Jan 13. 2016

창 밖에 흰 눈 내리면

맘으로 창을 내겠소

오후 3시 21분,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눈 많이 온다~ㅎㅎ

펑~펑~ 눈이 내려요~


창문을 열어 대충 하늘을 확인하고는 눈 별로 안 보이는데요? 답장을 보냈다. 

이번에도 눈이 잠깐 오다 말았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렸거니. 잠깐 기쁨을 주고 지나가는 손님이려니. 그러나 한참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시선이 창밖 거리를 향했을 때, 거기에는 기대치 않았던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철 푸른 가로수들이 하얀 스웨터를 걸친 듯 차분한 모습으로 이열 종대로 줄 맞춰 서 있었다. 모자를 쓴 사람들이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총총 발자국 위를 걸었다. 꽃이었다. 아니, 눈이었다. 겨울이었다.


나는 어쩌면 몸을 일으켜 제대로 바라보기도 전에 너무나도 쉽게 속단 지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창밖으로 목도했던 허망한 광경은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몰랐다. 남편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예쁜 풍경을 선물해준 그에게 사진으로나마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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