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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E리제 Oct 17. 2015

모바일웹에서 글쓰기

들여쓰기를 포기하다

브런치를 처음 발행하면서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은 문단의 형식에 관한 것이었다. 원래는 서론/본론/결론 사이에 한 줄씩 띄고 각 문단의 앞머리에는 들여쓰기를 했다. 하지만 발행하고 나서 모바일로 읽어보니 가독성이 너무 떨어졌다. 줄을 띄지 않고 들여쓰기만으로 문단을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 음절 별로 나뉘지 않고 단어 단위로 끊어져 각 줄의 끝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했기 때문에 들여쓰기는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내 고민스런 마음을 줄이기 위해 즐겨읽는 웹매거진을 참고해 보아도 들여쓰기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글을 제대로 써보자고 막 결심한 마당에 글다운 글 같이 보이는 형식을 버려야 하는 아쉬움이 컸다. 나름대로 줄을 띄는 것과 문단만을 바꾸는 것의 의미를 부여한 터였다. 당장 쓰던 글에는 문단과 문단 사이만 구분할 수 있게끔 수정하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대로 계속 갈 수 없었다.


목적과 수단이 문제였다. 글의 형식은 가독성을 높이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비교적 넓은 지면에서 비교적 좁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글이 읽히는 플랫폼이 변하는 지금 가독성의 요건이 달라졌다면 당연히 글의 형식도 그에 따라 진화하는 게 맞다. 한문에서 한글로 바뀔 때,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뀔 때도 그래왔을 것이다. 여전히 기사 글에는 들여쓰기와 문단나누기가 유효한 이유는 그 글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그에 합당하게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휴대폰 만큼이나 다양한 웹환경이 존재하는 지금 그 환경에 따라 글을 쓰는 방식을 달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내 들여쓰기를 포기했다. 


내게 들여쓰기는 중학교 때부터 글쓰기에서 당연히 지켜야만 한다고 배워왔던 일종의 '옳음'이었다. 그토록 견고했던 옳음이-아니 옳음이라고 여기던 것이-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표식도 없이 변해버렸다.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새삼 세월이 훌쩍 지나 달력을 본 듯이 생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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