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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Jun 05. 2016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5.7

<먼 곳으로부터>,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먼 곳으로부터From Afar│로렌소 비가스 (Lorenzo VIGAS)│Venezuela, Mexico│2015│93min│DCP│color│장편│Fiction



중년의 부호 아르만도는 젊은 남자를 돈으로 유혹하지만 육체적 관계는 갖지 않는다. 뒷골목 인생을 사는 소년 엘더도 돈을 노리고 그의 초대에 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만도의 고독을 공감한다.


(스포일러 있음)


으잉 웬걸?

영화가 시작하는데 슈나이더 대 백스가 나오는 거였다.

순간 내가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나가려다가 생각해보니 내 표 다 읽고 확인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싶어 그냥 앉아있었다.

해당 관 3회 차 영화가 슈나이더 대 백스였는데 그래서 잘못 나오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영화가 중단되고 관계자의 사과와 함께 다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제에서 겪어보는 첫 영사사고라 나름 재미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처음에 사고 나는 게 낫지 한참 보고 있는데 그러면 참 힘들다.


영화의 시작부터 아웃포커스가 굉장한 기시감을 준다.

가까이 있는 것도 멀게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점이 아르만도의 성격적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영화는 아주 조용하고 느릿하게 전개되었다.

그 속에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아주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베일 속에 싸여있는 아르만도의 내면과는 달리 엘더의 감정은 폭발한다.

아르만도를 혐오하던 엘더는 점점 그에게 공감하고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 한다.

끝까지 관계를 갖지 않던 그들은 엘더가 아르만도의 아버지를 죽이고 온 그 날 밤 격정적이게 관계를 맺는다.

다음 날 아르만도는 엘더를 살인죄로 신고한다.

영화가 끝나고 <크로닉>처럼 무음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감독은 결말에 대해 왜 아르만도가 엘더를 신고했는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내 생각은 자신의 삶을 지배당하는 것이 싫었던 것 아닐까였다.

관계를 맺고 난 다음 날, 엘더의 태도는 우리가 흔히 봐오던 남녀 간의 하룻밤이 지난 후의 모습과 유사하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나 믿음 같은 것이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그동안처럼 아르만도의 집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안의 주스를 사놔야겠다고 할 정도로 그의 삶에 침투하고 간섭하려 든다.


내 일상을 침해하려 들지 마.


아르만도의 조용한 외침은 바로 행동으로 드러난다.

너무나도 조용하지만 강한 그 외침은 엔딩 크레딧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가깝지만 항상 먼 그것들.

처음과 마지막에 표현된 아웃포커싱에서 오는 기시감으로 잘 표현되었다.


여러 관객의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질문을 던지는 감독.

관객과의 대화라는 이름이 걸맞은 자리였다.

기존의 GV나 관객과의 대화는 진행자가 영화에 관해 설명하고 감독에게 그 의견을 묻고 또 마지막에 관객 몇몇 분에게 질문을 받는 형식이 많다.

그래서 많은 GV들을 경험하면서

이게 무슨 관객과의 대화야. 감독과 진행자의 대화지.

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먼 곳으로부터>와 <플란타스> 두 영화의 GV를 보았다.

같은 모더레이터였는데 그분이 영화적으로 뛰어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겠으나 <플란타스>에서도 그렇고 <먼 곳으로부터>에서도 본인의 질문과 해석이 너무 많아 <플란타스>에서는 정작 관객이 질문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끝나고 후기를 말해주며

아니 이럴 거면 왜 감독과의 대화야. 나와 감독의 대화라고 하지.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먼 곳으로부터> GV에서는 감독이 먼저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관객들의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까지 기회가 오진 못 했지만 아쉽다.)

모터레이터 아저씨의 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전에 감독이 먼저 다음 질문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감독과 관객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감상을 느끼는 그 자리가 정말 흥미로웠다.

좋은 감독이었다.

의견을 수용하는 부분에서도, 다소 당황스러운 의견에 대처하는 태도도.

완벽했다.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감독이었다.

앞으로 이런 관객과의 대화를 자주 경험하고 싶다.

무작정 관객에게 질문 있으신 분? 이렇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또 처음의 겸손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니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면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행자분들도 그분들은 평소에도 우리보다 감독과 만날 기회가 많이 있고, 그 의견을 감독과 나눌 기회가 관객과의 대화 후에도 있을 테니 좀 더 관객들에게 그 시간을 할애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개봉하면 다시 보고 싶은 좋은 영화,

내 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과의 대화였다.



미드나잇 인 시네마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Bang Gang│에바 위송 (Eva HUSSON)│France│2015│98min│DCP│color│장편│Fiction

                                 

십대 소녀 조지는 한 남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녀는 친구들과 게임을 벌인다. 단순한 성적호기심에서 시작된 게임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며 소녀들을 추문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앞의 2회 차와 3회 차 사이의 여유 시간 동안 페이스북을 하다가 CGV 전주고사점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큰 나방 때문에 방해가 되었다는 글을 보고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그런데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 상영 중에도 날 벌레가 날아다녔다.

신경은 쓰였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긴 했다.

그래서였는지 앞 회 차에서는 상영 종료 후 사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아, 내가 크레딧 올라갈 때 바로 나왔구나)

뭐 어쨌든.

나중에 그분께 여쭤봐서 같은 관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옆 관이었는데 얘네들은 뭐 날아다니는 애들이니까.

이후에 제4회 유럽단편영화제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다음에 차차 올리기로 하고.

(너무 많이 밀림 흑흑 거의 한 달 전 이야기를 이제야 올리고 있다니. 게으른데 답 없다. 게으른데 완벽히 하려고 하는 게 문제지.)


스틸샷과 trailer로 내가 좋아할 영상 스타일일 것 같아 선택했다.

배급도 내가 좋아하는 찬란에서 하는 거길래 영화 시작과 동시에 더 큰 기대로 두근거렸다.

영화의 도입에 아 역시 잘 골랐어.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영화 자체의 영상이나 느낌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소모적이다.

소모적인 10대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소모적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포장하며 마무리.

포장이사도 아니고 갑자기 너무 교훈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 마무리는

그저 합리화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마무리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에게 대안은 없다.

원래 '만약에'는 항상 답이 없는 거니까.

어쨌든 기대했던 것에 비해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나방까지도

버스 시간 때문에도 그렇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뛰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찬란이 배급하는 영화의 느낌들이 참 내 스타일이다.

이 영화도 영화 자체의 영상이나 분위기, 색감, 느낌 등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다음 영화도 기대된다.



이로써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났다.

언제나처럼 전주국제영화제는 나에게 좋은 기억을 안겨주었다.

처음 경험했던 큰 영화제라 마음의 고향 같은 느낌이다.

이번 영화제에 못 올 뻔했지만, 역시나 오길 잘했다.

내년 영화제도 기대한다.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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