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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Aug 23. 2020

성장 노트

2. 타인의 성공길에서 벗어나라

어둠이 짙게 깔린 어느 날 밤이었다. 언제나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찬 나에게 어둠의 사자가 찾아왔다. 지금도 인생의 한 순간을 잃어버린 채 찾지 못한 그 순간이 생생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소환. 열심히 살려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한 순간이 나의 20대 중반에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아니 성공해야 했다. 왜?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시골에서 뼈가 녹도록 일해도 자식들의 학비를 대기 어려워 결국 집과 논밭을 팔고 도시로 이사하신 부모님을 위해서였다. 이사 후에 도시에서 하실 수 있는 일을 찾아 공사판과 식당에서 몸이 부셔 저라 애쓰시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마음은 너무 착해서 혼자서 끙끙 대시며 오직 안주 없는 술로 스스로를 위로하시며 오직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셨던 아버지였다. 그런 생활로 인해 점점 몸은 약해져 가고 결국 뇌에 손상입어 지체 장애 판정을 받고 침대 생활을 하다가 인생의 화려함도 맛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오직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뿐이셨던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아버지가 못 미더워 더 애가 타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왜 이리 눈물이 나려 할까?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아버지는 마을 이장을 한답시고 이 집 저 집, 면사무소를 다니며 사람들과 술 판 속에서 지낼 때 집안 농사를 모두 책임지고 계셨다. 어머니 마음에 화병이 찾아온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집안일 하랴, 농사일 하랴 얼마나 힘드셨겠는가? 거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모시고 사셨으니 그 고충이 말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게 살고 계신 부모님을 위해서 나는 생존해야 했다. 도태되서는 안 될 입장에 해진 나였다. 그래서 주변에서 알려준 성공길을 충실히 따라가려 노력했다. 내 몸이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성공해야 되었으니까. 그런데 웬일인가? 성공하기 위해 따라갔던 그 길에서 나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멈출 수 없는 죽음으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나를 누군가 지켜봐 주었더라면 내 걸음을 멈추게 했을 텐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흥청망청 보낸 술자리에서 나는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이다. 얼마의 시간을 잃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대략 1시간 이내일까? 다행히 그 잃어버린 시간의 일부를 채워준 분이 계셨다. 나를 구해준 분이다. 식당 주인이셨다. 정말 생명의 은인이셨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성공길을 걸어가 보려다가 20대 청춘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할 뻔했다. 그제야 내가 걸었던 성공길은 허상이었고, 추락하는 길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식당 주인이 내가 잃어버린 시간에 채워 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내가 식당 문을 닫고 집으로 가려고 나왔는데 2차선 도로를 씽씽 달리던 차량들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더니 속도를 줄이고 무언가를 피해서 가는 모습을 보았다네. 그래서 도로에 무슨 짐승이 죽어 있나 하고 생각했지. 그래서 다른 차량들이 위험할 것 같아 동물을 치우려고 다가갔는데 걸, 사람인 거야. 깜짝 놀랐지. 어떤 남자가 도로에서 쓰러져 자고 있었던 거야. 아찔하더군. 그래서 흔들어 보니 숨을 쉬고 있었고 술에 만취되어 정신을 잃고 도로에서 자고 있었던 거지. 살 운명은 따로 있나 봐. 지나가던 차량들 중에 하나라도 그냥 지나갔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뻔했어. 다행히 잘도 피해 갔던 거야. 마치 도로에 죽어 쓰러져 있는 고라니를 피해 가듯 지나 가더라니까. 그래서 얼른 도로 밖으로 끌고 나와서 안전하게 놓고 보니까 대략 아는 사람 같아 데려다 준거야. 그때는 만취 중에도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 해서 숙소로 데려다 준거지." 생각하기도 싫은 순간이다. 그 수많은 차들 중에 도로에 쓰러져 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던 차량이 있었다면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고 인생의 한을 남긴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늘이 돕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 존재할 수 있었을까?


 죽음의 순간에서 살려 주신 것은 분명히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있어서일 게다. 그리고 하늘의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멀리서 한 시도 잊지 않고 아들이 잘 되길 바라셨던 부모님의 지극정성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극적인 순간이었다. 나의 20대 삶을 보장해 준 식당 주인과 나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신 부모님, 그리고 한 사람을 보내서 나의 생명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평생을 살아간다. 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 나는 변했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했고, 다시는 사망의 절벽으로 추락하지 않으려고 나에 대해 정확히 분석했다. 나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각종 유혹들로부터 단호해져야 했다. 오직 나를 목표까지 안전하게 이끌어 줄 것에만 투자하기로 했다. 정말 독하게 내 인생을 채찍질 해 가며 살았다. 물론, 그렇게 했어도 중간에 위기의 순간도, 아픔의 나날도 많이 있었지만 오직 목표를 보고 왔기에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맞았다. 그렇게 나는 미생인 20대 청춘의 삶을 완생을 향해 질주할 수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타인의 성공길에서 벗어나 나만의 성공길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죽음의 순간에 버린 타인의 성공길, 최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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