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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Jan 30. 2021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라

허점이 아니다

전략적 공간을 활용한 '정조'

조선 22대 왕인 정조는 엄청난 명사수로서 알려져 있다. 활쏘기에서 정조는 50발을 쏘면 49발을 명중시키고 마지막 한 발은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왜 충분히 50발을 명중시킬 수 있는 실력임에도 49발만 명중시키고 50발 명중 기록은 없는 것일까? 어떤 자료에 보면 마지막 발(50번째) 점수가 공란으로 되어 있다고도 한다. 안 쏜 것인지 허공으로 날린 것인지는 자료마다 설명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의도적으로 50발 명중 기록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 의미는 정조의 말과 그 옆에서 활을 쏘며 정조를 보았던 박제가의 말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활쏘기는 참으로 군자의 경쟁이니, 군자는 남보다 더 앞서려 하지 않으며, 사물을 모두 차지하는 것도 기필하지 않는다."(정조)
"당시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임금의 활쏘기 솜씨에서 50대 중 1대를 빠뜨린 것은 겸양의 미덕'이라 했다."(박제가)

정조의 이런 모습을 <리더라면 정조처럼>의 저자 김준혁 교수는 책에서 '모든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키면 오만해 보일 수 있어 스스로 가득 차지 않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수원도호부에 가서 활쏘기를 한 정조는 연달아 다섯 발을 명중시키고서 "매사를 적중하기란 어려우니, 내가 우연히 연달아 적중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야말로 한 나라의 최고 위치에 있는 왕으로서 겸손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신하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의 한계를 지키려 했던 정조의 모습은 나름대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 했던 것이다. 왕이라는 최고의 권위와 활쏘기의 최고 실력이 있지만 의도적인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신하들의 마음이 왕에게 머물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 전략적 공간이 필요한가?

직위가 올라 갈수록 전략적 공간은 더 넓고 더 깊어야 한다. 그것은 직위에 따라 관련된 사람, 일 등이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초급 리더의 위치에 있을 때는 전략적 공간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오직 실력과 원칙으로 승부를 걸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차갑게 느껴졌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차갑다는 것은 전략적 공간이 좁거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허점, 틈, 약점 등이 조금은 있어야 사람 냄새가 나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으며 살았다. 어쩌면 그렇게 말해 준 사람들은 허점을 전략적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처세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전략적 공간이라고 할 수 없다. 뒤돌아 서면 사라질 가짜 전략적 공간일 뿐이다. 자기 약점과 허점을 전략적 공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조의 50발 중 마지막 한 발은 허점과 약점이 아닌 강점이었지만 사용하지 않음으로 만들어낸 전략적 공간이었다. 리더라면 의사결정과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힘이 되어주는 구성원들의 진실된 마음을 모으고 그 마음을 머물게 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 가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전략적 공간이 리더에게 여유와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전략적 공간을 만들려면 상대적 우위를 점령하라

과거를 소환해 볼 때 약자일 때는 운신의 폭이 좁았다. 리더이지만 리더의 자질과 능력이 구성원들보다 떨어질 때는 여유도 없었다. 지치고 힘들었다. 그들의 마음을 모두 담을 자신도 없었고 오히려 그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정조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학문의 우위를 점령했다.

정조는 자신의 정통성이 취약한 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학문의 우위로 신하들을 제압하기로 했다. 어려서부터 영조에 의해 착실하게 제왕학 교육을 받았고, 스스로가 학문연구를 즐겨했던 정조였기에 당대의 기라성 같은 학자들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리더라면 정조처럼' p.24)

조선시대에는 국왕의 학문적 능력을 중요시해서 국왕이 신하들로부터 학문을 배우는 경연 제도를 실시했다. 이때 임금은 제자였고 유학에 능한 신하가 스승이 되었다. 그래서 신하들이 우위를 독점하였다. 그런데 정조는 이런 관계를 역전시켰다. 학문적 우위를 통해 신하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리더라면 자기만의 강점과 직위를 활용하여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공간이 리더의 숨통이자 팔로워들은 마음을 머물게 하는 쉼터이다. 리더로서 여유와 힘을 갖고 싶다면 자기만의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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