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인생의 암흑기였다.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Ctrl+Z라고 답변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화재가 되었듯이 나의 암흑기도 Ctrl+Z 하고 싶은 시간들이다. 친구도, 전문상담가들도 내 고민 앞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그때 오직 내 곁에서 힘을 주고 길을 알려 준 것은 ‘책’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내가 살기 위해, 아니 버티기 위해서라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무턱대고 읽었다. 물론 책도 내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었으며 무엇보다 기댈 수 있는 벽으로써는 충분했다. 그리고 내 생각과 마음을 시간을 가지고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치고 힘든 여정에 아무 말없이 동행해 준 친구였다. 그때부터 책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 주었다. 책이라는 친구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상처 받지 않았고, 내 마음에도 그 어떤 상처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책이 좋다. 이렇게 책이 내 인생의 한편에 들어오게 되었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만 둬도 그 책이 머리에 옮겨간다."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을 쓴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말이다. 그렇다. 내 사무실 책상 맞은편 벽면에는 두 권의 책이 제목을 자랑하듯 서 있다. ‘Reboot’와 ‘리더의 반성문’이다. 이 책을 바라보며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하루에 3번 리더로서의 자세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리더로서의 행동을 돌아보고 Reboot 할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려 노력한다. 책 표지의 제목이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게 한다. 아직 책 읽기가 쉽지 않다면 안 읽어도 좋으니 제목이 좋은 책을 골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생활해 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책 제목이 자기의 생각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도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그런데 꼭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을 읽다가도 가끔 내게 찾아오는 질문 중 하나다.
미국 전 국방장관인 GEN. JIM MATTIS는 "책을 읽지 않는 리더는 문맹이나 다름없다. 수백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모든 독서가(Reader)가 다 지도자(Leader)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지도자는 반드시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의 길을 걸었던 이들이 리더라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왜 리더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인가?' 그 답의 하나를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에서 찾았다. 지혜, 지식, 통찰, 성찰, 판단 등.
리더에게는 날개가 있고 날갯짓을 멈추면 안 된다. 리더의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날갯짓의 하나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다.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배움을 멈춘다는 것은 리더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추락하는 리더는 더 이상 리더라고 할 수 없기에.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리더는 하루에도 백 번은 싸운다.” 그만큼 많은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리더에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솔로몬 왕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무엇보다 ‘지혜와 지식’을 구했다. 파리 구보르 박물관에는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의 작품 <솔로몬의 재판>이 있다. 이 작품은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을 형상화한 것이다. 두 창녀가 산 아이와 죽은 아이를 놓고 산 아이가 자기 아들이라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솔로몬 왕은 칼을 가져오라 하며 "산 아들을 둘로 나눠 반은 이에게 주고 반은 저에게 주라"라고 명했다. 이때 한 명은 죽이지 말라고 하고 한 명은 "내 것도 네 것도 되게 말고 나누게 하라"라고 했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죽이지 말라고 간청한 자가 친어미임을 인정했다.(열왕기상 3장 16∼28) 지혜로운 판단이었다.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이와 같은 수많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시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리더다. 그런데 리더에게 어떤 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구성원들의 안전과 신뢰를 담보해야 하는 것이 리더다. 그래서 리더에게 간접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간접경험들 중에서 책이라는 수단이야말로 최고다. 접하기 쉽고 부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살리고 구성원들을 살리는 지혜는 책을 통한 지식 습득과 사고력에서 발현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이제 자기만의 책, 자기만의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비싸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어도 좋다. 오직 자기 혼자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그곳에서 세종대왕처럼 ‘백독 백습’(백 번 읽고 백 번 베껴쓰기)하거나 정조 왕처럼 두 번씩 보던지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렇게 서서히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책을 읽는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자기를 사랑해야 할 이유, 함께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이유,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사랑할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리더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다.
아직도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다음 말을 음미해보면 좋겠다.
‘책과 신문 읽기’를 북돋우기 위해 ‘리더스 콘서트’가 열렸다. 여기 출연자 중에는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경철 씨,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가 있었다. 이 콘서트에서 박경철 씨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10위 뉴스 중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핵심적인 사유가 담겨있는 게 있는가? 읽기 훈련을 안 하면 정보 홍수의 물결에 떠다니는 통나무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난도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성찰은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모든 체험을 할 수는 없다.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간접 체험인 ‘읽기’를 통해 삶과 자신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빌 게이츠는 "오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했고, 오바마는 "내가 백악관에서 8년을 버틴 비결은 독서였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었으며 독서는 나 자신을 안정시켜 주는 특별한 힘이었다."라고 했다. 리더에게 있어 독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말들이다. 리더의 길에 들어섰다면 이제 책을 가까이하는 Reader가 되어야 한다. 책의 힘을 느낄 것이다. 리더의 진정한 친구, 책을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