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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Mar 28. 2021

당근과 채찍에 대하여

당근과 채찍은 구성원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독과 같은 것이다.

 ‘다음은 얼마나 더 줘야 할까?’     

리더의 고민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말이 되어 새로운 곳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50년 넘게 살아오면서도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지역입니다. 이 소리를 들으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너무했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여행 목적으로도 한 번쯤은 왔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니까요. 낙동강의 흐름이 마을을 감싸며 S자형으로 흐르고 있어 하회(河回)라는 지명이 되었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한국 최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이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에 세워진 도산서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자유롭게 구경하며 돌아다닐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의 발을 묶고 길을 막아버린 코로나 때문입니다. 구경은 뒤로하고 할 일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랬듯이 함께할 구성원들과 조직환경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새로 맡게 된 조직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리드해 가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설문의 방법으로 그들의 생각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구성원들은 크고 작은 글씨에 각자의 생각을 담아 하얀 종이를 채워 주었습니다. 사무실에 혼자 앉아서 구성원들의 글을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읽어 내려갔습니다. 때론 글씨가 작아서 안경을 써야 했습니다. 때론 마음의 안경을 써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생각들로 채워진, 그렇지만 일부는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따로 각자의 색으로 존재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잘 따져보고 분별해서 다양한 색상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무지개로 탄생하듯 그런 조직을 꿈꿔봅니다.     


많은 글 중에서 여러 명이 동일하게 전해 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근과 채찍 중의 하나인 상벌점 제도였습니다. 핵심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상대적으로 우리들의 행동에 대한 상점보다 벌점을 주는 상황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상점 받는 것에 비해 벌점만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상점은 너무 안 주시는 것 같고 벌점만 너무 쉽게 주는 것 같습니다.”

상점을 더 많이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상점 주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이런 당근과 채찍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당근과 채찍에 길들여진 구성원들과 조직을 다른 방법으로 리드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과연 이 조직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당근과 채찍 없이 구성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리드해 갈 수 있을까?’ 모든 리더의 고민이 내 고민이 되었습니다. 당근과 채찍의 방법을 사용하는 리더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리더와 구성원들의 마음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한 리더가 말했습니다. “상벌점 제도는 장점도 있는데 문제는 보상이 없으면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고민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더는 최소의 당근과 채찍을 통해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데 구성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더 자주’를 원하게 됩니다. 채찍은 싫고, 당근은 더 많이 줄 때 움직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리더의 고민은 시작됩니다. ‘다음은 얼마나 더 줘야 한다는 말인가?’     


‘크레스피(Crespi effect) 효과에 대하여’

리더의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왜일까요? 리더가 가지고 있는 것도, 해 줄 수 있는 능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질문해 보았습니다. ‘일의 수행 능률을 올리는 당근과 채찍이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상과 벌점 강도가 점점 강해져야 일의 수행 능률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다는 효과를 ‘크레스피 효과(Crespi effect)’라고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스피가 ‘쥐의 미로 찾기’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합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보상의 방법을 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보상의 맛을 본 구성원들에게 또 다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크레스피 효과처럼 더 큰 보상이 필요하게 됩니다. 처벌도 마찬가지로 더 강해져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은 처음에는 쥐고 있는 사람이 주도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도권은 구성원들에게 넘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리더는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더 안간힘을 써 보지만 소용이 없음을 이내 알게 됩니다. 결국 조직은 시름시름 병이 들고 힘을 잃게 됩니다. 당근과 채찍은 가장 쉽고도 달콤한 동기부여 방법입니다. 어린 딸과 함께 등산할 때 반지 사탕을 사주겠다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처럼.      


그럼 보상이 없다면 성과는 없는 것일까요? 리더십과 동기유발 권위자인 ‘수전 파울러’의 의견에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을 합니다. “직원들의 근원적·심리적 욕구인 ‘자율성, 관계 맺기, 역량’을 충족시켜 준다면 긍정적 동기유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긍정적 동기에 이끌린 이들은 일과 조직에 헌신하고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보인다.” 또한 “압박이나 강요 같은 ‘채찍’은 물론이고, 금전적 보상·승진·명성 등 ‘당근’은 직원들에게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이끌어 내는데 독”이리고 지적합니다. 현재의 달콤함이 미래의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지금 상벌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리더가 이런 내용에 공감했더라면 독이 되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리더도 있었을 것입니다. 구성원을 생각하는 리더라면 서서히 건강을 헤치는 정크푸드 같은 당근과 채찍이 아닌, 건강식을 먹여야 합니다. 파울러가 말한 수준 높은 동기는 건강식을 말합니다.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당근에 눈멀게 하지 말고 채찍이 두려워 행동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당근과 채찍은 조직과 구성원들의 성장 방해 요소이고 장애물이며 독이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조직의 성장과 함께 구성원들의 성장을 함께 도와주어야 합니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당 태종 이세민

영화 <안시성>에서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전투 장면이 나옵니다. 이 두 사람은 자기 군사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였을까요? 당나라군 15만 군사에 비해 5000의 군사로 안시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양만춘은 이렇게 부하들을 독려하고 반드시 성을 지켜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당나라 군대가 오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을 때 모두가 나에게 물었다. ‘성주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때 나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겠냐. 내가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걸. 나는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항복이라는 걸 배우지 못했다. 내가 배운건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는 거다. 어느 놈이 나의 소중한 것을 짓밟고 빼앗으려 할 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저 뒤를 돌아봐라. 안시성 사람들. 우리에게 소중한 건 바로 저들이다. 저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 말이 끝나자 잠시 후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중과부적,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싸움을 안시성 성주 양만춘의 말을 듣고 결전의지를 보이게 됩니다.

반면, 반드시 안시성을 점령하고자 하는 당나라 태종은 공격을 위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안시성의 약탈을 허락한다. 저 안의 모든 것은 너희들의 것이다. 그들의 재물을 빼앗고 그들의 아이들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여자들을 남김없이 탐해도 좋다. 안시성을 넘어라.” 이 말이 끝나자 15만의 군사는 일제히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 자체로 위협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군사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양만춘은 반드시 성을 지켜야 하는 명분과 가치를 군사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내적 동기, 수준 높은 동기부여의 방법을 통해 결전의지를 다졌습니다. 한편, 당 태종은 군사들에게 눈앞의 당근, 외적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성 안의 모든 것이 자기 것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 다른 것은 보질 못했습니다. 당근만 보였을 뿐, 성을 지키기 위해 준비된 방어체계는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예상치 못한 무기와 방어수단들에 의해 후퇴를 하고 마는 당나라 군대였습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명분은 없습니다. 지켜야 되고 나아가야 할 명분과 가치를 만들어 주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구성원을 생각하는 진짜 리더라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구되는 인재상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그중에 창의성이 있습니다. 뇌 연구가들에 의하면 좌뇌는 연산적 업무를, 우뇌는 발견적 업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심리학자 애머빌에 의하면 내적 동기는 창의성을 유도하지만, 통제적 외적 동기는 창의성에 해가 된다고 합니다. 미래세대에게 창의성이 더욱 요구되는 지금, 우뇌적 활동이 필요한 이때 외적 동기로 훈련시키는 것은 위험합니다. 당장은 리더가 조금 힘들더라도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리더와 조직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과 다음 리더를 위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근과 채찍은 구성원들의 머리는 움직이게 할 수 있으나 가슴까지 움직이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머리와 가슴까지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수준 높은(동기부여)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정성을 들여 일하게 됩니다.

리더라면 생각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한다면, 1회성이나 단기 임무수행을 위해 모인 조직이라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몇 년씩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업무를 해야 하는 관계라면 수준 높은 동기유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건강식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제 리더라면 ‘얼마를 더 줘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수준 높은 동기부여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성장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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