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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Dec 01. 2021

리더의 시계는 달라야 한다

4가지의 때를 알려주는 시계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똑딱

부지런히 일해요     

시계는 밤이 돼도 똑딱똑딱

시계는 밤이 돼도 똑딱똑딱

모두들 잠을 자도 똑딱똑딱

쉬지 않고 가지요.     


어릴 적 참 많이 불렀던 추억이 어린 ‘시계’라는 동요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다니. 그만큼 많이 불렀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요즘은 소리 없이 가는 시계들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시계는 모두가 자더라도 같은 속도로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는 것. 시계의 운명이라고나 할까. 살아오면서 선물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중에 제일 많이 받은 선물은 시계다. 표창과 함께 따라오는 부상으로, 기관 방문 기념으로, 기념일 축하 선물로,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시계를 받았다. 기념으로 가지고 있기에도 너무나 많아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런데 왜 시계선물이 많은 것일까? 시간을 잘 지키라는 것일까? 살면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시간을 다스릴 줄 아는 정도에 따라 성공과 행복도 좌우되는 것 같다. 인생 자체가 시간이니 리더라면 시간이 주는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물리적 시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리더에게 더 중요한 시간은 심리적 시간일지 모른다.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시간은 때를 알려준다. 누구나 때를 알아야 한다. 앉을 때, 설 때, 잘 때, 일 할 때, 쉴 때, 공부할 때, 놀 때, 먹을 때, 혼자 있을 때, 함께할 때, 화를 낼 때, 웃을 때, 울 때, 공격할 때, 방어할 때.... 이와 같이 삶은 때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때를 알지 못하면 실수하고 실패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할 때인가? 무슨 말을 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일반 시계로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의 때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리더의 시계는 달라야 한다. 리더의 시계는 물리적 시간을 알려주는 시, 분, 초의 단위로 움직이는 시계가 아니다. 리더의 생각과 때를 알려주는 시계여야 한다. 분별의 시계, 판단의 시계다. 나의 리더의 시계는 ‘아침 빛, 달, 해, 군대’라는 네 방향으로 돌아간다. 아침 빛처럼 뚜렷해야 할 때, 달처럼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 해처럼 맑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 군대처럼 엄위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있다.


고뇌하는 리더의 마음은 어느 때를 가리키고 있는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당시의 갑옷과 큰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동상은 평상복 차림에 칼 대신 지도를 들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 중에 가장 작기도 하다. 물가에 위치하고 있는 이 동상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의 조선을 구하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울돌목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장군의 시계는 몇 시를 나타내고 있을까?

‘소매 속엔 적을 꺾을 병법 있건만, 가슴속엔 백성 건질 방책이 없네’     


군대처럼 엄위하게

영화 <다키스트 아워>. 독일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군대에 프랑스와 벨기에 등의 유럽 국가들이 속속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 영국 의회는 처칠에게 독일과 평화협정을 맺으라고 압박한다. 명 연설가인 처칠은 고민한다. ‘감히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항복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니 총리로서 얼마나 고뇌가 깊었겠는가? 의회로 평화협정 여부를 밝히는 연설을 하러 가던 처칠은 갑자기 행로를 바꿔 지하철을 탄다. 그는 지하철에서 시민들에게 물어본다.

“내가 큰 고민거리가 있는데 여러분이 대답 좀 해줘요. 영국의 국민인 여러분은 지금 어떤 심경입니까?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나요? 하나만 물어보죠. 최악의 상황이 닥쳐서 저 위의 길거리에 적군이 나타난다면 어쩌시겠소?”

“싸워야죠. 뭐든지 들고 싸워야죠. 빗자루채라두요.”

“이건 그냥 가정인데 만약 우리가 타협을 한다면 어떻겠소? 유리한 조건으로 히틀러와 지금 당장 평화협정을 맺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NEVER. 안되죠 절대”

(어린 소녀 앞으로 가서) “너도 절대 포기 안 할 거니?”

“네. 절대 안 해요.”

독일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모든 시민들, 특히 어린 학생까지도 절대 독일에 항복은 안 되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칠은 눈물을 흘리며 시민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손을 잡았다. 결국 처칠은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우리가 전쟁에서 도망가면 우리는 인질과 노예가 되는 것이고, 우리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평화가 옵니다. 전쟁에서 지면 다시 힘을 길러 다시 승리하면 되지만 항복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이렇게 하여 처칠은 의회에서 두 당의 지지를 모두 얻어내고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하며 던케르크 구출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리더도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순간, 리더의 시계는 시민들의 마음을 향해 멈췄다. 그리고 군대처럼 엄위하게 상황을 이끌어 갔다.     


아침 빛처럼 뚜렷하게

제갈공명은 어땠을까? 촉한이 위나라 정벌을 위해 4차 북벌을 할 때다. 공명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북벌을 나섰다. 병력 운용은 부대를 둘로 나눠 100일 근무 후 예비병력과 교대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위나라의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병력이 교대해야 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러자 양의는 제갈공명에게 병력교대를 멈추고 전 병력으로 위나라 군과 싸우자고 했다. 그러나 공명은 거절했다. “안 될 말이오. 장군과 병사를 부리는 내 전략의 기본은 믿음이오. 이미 앞서 교대 명령을 내렸는데 어찌 이를 어긴다는 말이오? 돌아가야 할 병사는 속히 준비시키도록 하시오. 이들의 부모와 처자식은 지금 아마 사립문에 기대어 서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오늘 아무리 어려움에 처한다 하더라도 이들을 붙잡아놓을 수는 없소.” 양의가 공명의 뜻을 병사들에게 전하자 감동하여 승상의 은혜를 갚겠다며 출전을 자원했다. 촉한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했고 결국 대승을 거뒀다. 병력 교대에 대한 공명의 생각은 이러했었다. ‘교대 약속시간이 되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병사들은 집 생각이 날 것이고, 이런 병사들에게 싸우러 나가라고 해 봐야 이길 리가 없다. 이럴 바에야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낫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 쪽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사기충천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공명과 양의의 리더의 시계는 차이가 있었다. 결국 공명의 시계는 ‘아침 빛’을 향했던 것이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달처럼 아름답게

세종은 어땠을까? 세종이 종묘에서 제례를 지낼 때 세종에게 잔을 건네는 역할을 허조가 맡았다. 종묘에서 제례는 그 어떤 행사보다 엄격하고 정중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 행사에서 허조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세종에게 잔을 올리고 내려오다 그만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모두가 국가 대사를 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수를 한 허조는 큰 벌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종의 말은 모두를 더욱 놀라게 했다. “이조판서는 다치지 않았는가? 이 계단이 좁아 잘 넘어질 수 있다. 계단을 넓히도록 하라” 그리고 허조의 손을 잡았다. 이런 세종의 넓은 마음에 감격한 허조는 이후 세종의 사람이 되었다. 세종의 리더 시계는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처럼 맑게

“나는 지금 재상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생선을 살 수 있는 형편이오. 그런데 그대가 주는 생선을 받고 내가 이 자리에서 쫓겨난다면, 그때는 누가 내게 생선을 보내 주겠소? 그래서 받지 않는 것이니 어서 가져가시오.”-중국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의 재상 공의휴(公儀休)      

생선을 즐겨먹던 미식가 공의휴에게 생선 상납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었을까? 그렇지만 공의휴는 그 유혹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런데 유혹을 거절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옆에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공의휴도 그랬다. 다름 아닌 그의 동생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 정성을 들여 생선을 들고 왔다가 거절당하고 생선을 다시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다 못한 재상의 동생이 말했다. “너무 유난스럽게 그러실 것까지 있습니까? 무슨 큰 재물이나 보물도 아니고 그저 형님께서 생선을 좋아하신다고 하여 정성을 다해 가져온 것인데 그냥 모른 척 받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생의 유혹적인 말에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마음의 시계를 ‘해’에 맞출 줄 알았던 공의휴였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벼슬살이에서 필요한 건 단 세 가지로 ‘맑음’과 ‘삼감’, ‘부지런함’이다”라고 하였다. ‘맑음’이란 청렴과 명예를 의미한다. 태양의 높은 온도에 불순물이 존재할 수 없듯이, 그 어떠한 유혹도 다 녹여버리고 깨끗함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의 시계는 상황 따라 똑딱똑딱

때로는 군대처럼 엄위하게

때로는 달처럼 아름답게

때로는 해처럼 맑게

때로는 아침 빛처럼 뚜렷하게

그 소리를 달리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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