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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Jan 05. 2022

내 영혼이 따뜻했던 순간

아내의 온도 100°C

아내는 두 팔과 가슴으로 나를 꼭 안아 주었다. 말보다 더 진하고 강한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 따스한 온기를 타고 내 가슴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아내의 사랑의 온기는 내 몸속에 자리 잡은 불만, 괴로움, 자괴감, 불평, 미움 등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 날은 상급자와의 갈등으로 내 마음이 막다른 골목길에서 오갈 데가 없었던 때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냈다. 그냥 열심히 했고, 때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며 쉬는 날도 출근을 했다. 그러다가 동일한 일이 반복되며 마음의 하중을 버티지 못할 정도가 되니 신호가 왔다. ‘더 이상은 안돼!’ 일요일 오전에 어김없이 회의를 소집하고 업무를 하게 하는 분위기. 나에게도 쉴 시간이 필요했다. 가족들이 자고 있을 때 출근하고, 아이들이 기다리다가 지쳐 자고 있을 때 퇴근하는 평일 업무였기에 주말은 좀 쉬어야 했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은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다. 그런 행복을 앗아가 버렸다. 평일 업무가 힘들어도 주말의 힐링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는데 점점 그 시간이 사라지니 급기야 화가 났다. 나를 품어 준 아내의 입술은 굳게 닫혀있는 듯 내 귓가에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가슴과 가슴이 맞닿은 곳에서 작은 소리가 느껴졌다.

‘너희들! 내 사랑하는 자의 몸에서 썩 꺼져버려.’

‘우리들이 왜 나가냐? 이곳이 좋은데. 너는 이 몸의 주인이 아니잖아.’

아내는 안 되겠는지 나의 귀에 속삭였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요.”

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이 말에 내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도 보지 않는 승용차 안에서 나는 아내의 품에 안겨 그렇게 울고 있었다.

“나 그만둬 버릴까? 다른 일 찾아볼까?”

내심 조금만 참으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고 말해줄 줄 알았다. 지금의 길을 벗어나 새길을 찾는 것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사실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이것이 정말 아내가 한 소리 맞는가?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힘들면 그냥 그만둬버려요. 다른 일 찾으면 돼요.”

앞뒤 상황을 재고 한 말인지 모르겠다. 단지 나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아내의 성격과 기질이라면 직접 돈벌이에 나서고도 남을 성격이다. 아내의 속 마음은 복잡했겠지만 나를 살리기 위해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100℃가 될 때까지. 어쨌든 아내의 그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내 안에서 힘이 생기고 있었고, 불청객들과 싸우며 그들을 내 몸에서 쫓아내고 있었다. 서서히 나는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부정적 감정 쓰레기들에게 정복당했던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동반자 아내가 고마웠다.

이렇게 힘을 얻은 나는 상급자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찾아갔다. 무거운 표정으로 상급자와 마주 앉은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힘들어서 더 이상 업무 하기 어려워 그만두겠습니다. 전역할까 합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상급자 표정이 굳어졌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이유를 물었고,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풀어놓았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상급자는 힘든 그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업무 스타일도 바꿔 보자고 했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사유로 밑의 실무자가 그만두면 상급자 평판도 좋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어럽게 털어놓은 마음에 공감하고 개선 의지를 보여준 상급자 마음을 이해하고 다시 해 보기로 했다. 이후 며칠 동안은 관계가 어색했지만 점차 해빙이 되었다. 그리고 무사히 그 직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 상급자가 불편했겠지만 잘 이해해 주어 감사할 뿐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참기 힘든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순간과 마주했을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인생길에서 어려움을 함께 해 줄 한 명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아다.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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