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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Nov 22. 2020

중간 리더의 위치는 어디일까?

중간 리더는 두 가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목포 하늘을 지붕 삼고 찰랑거리는 바닷물과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11월의 어느 아침을 열어 본다. 새벽부터 건강을 챙기느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먹구름 뒤에서 오늘 하루를 찬란하게 비춰줄 태양이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 수많은 빛줄기가 구름 뒤로부터 하늘 높이 치솟고 붉은빛으로 강열함을 나타낸다. 바다 위에는 하나의 인공 구조물이 떠 있다. '춤추는 바다 분수', 어둠이 세상을 덮을 때 두세 번 황홀한 몸짓을 자아내여 춤을 춘다. 음악에 맞춰 각양각색의 물줄기가 좌우로 흔들리다가 때로는 높게도 낮게도 치솟는가 하면 강하게 약하게도 리듬감을 타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여기에 신청자의 사연 소개와 간단한 감성적 글이 물보라 위에 나타날 때면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쏟아진다.


사랑하는 연인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어느 단체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수십 명의 리틀 리더들이 누군가를 바라보며 함성을 질렀다. 나도 그들의 함성과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 온 목적과 기대를 담아 사연을 제출한 젊은 남자가 뒤에 서 있다. 이들을 이끌고 온 중간 리더였다. 이 중간 리더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뿌듯함일까? 보람일까?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했을까? 깜짝 이벤트를 통해서 리틀리더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으니 당연하다. 팔짱을 낀 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럼 함께  순간을 지켜본 최고 리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고 리더 앞에서 중간 리더가 영광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어색함을 예견해서인지 이 일이 있기 바로 전에 중간 리더는 최고 리더에게 보고를 했다.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보고받은 리더는 '알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그런 기분일까? 옹졸한 마음일까? 그냥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 될 일인데.


중간 리더가 더 빛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중간 리더는 아이디어를 낸 것만으로 좋은 평가와 함께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중간 리더 개인이 보낸 메시지보다는 리틀리더들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전 간부들의 마음으로 보낸 메시지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어느 순간에는 최고 리더가 중간 리더의 아이디어로 연출되었던 것임을 밝혀줄 것이다. 그때 자연스럽게 영광을 받으면 된다. 조직 안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처세술 중 하나이다. 내가 조직 안에 있는지 개인으로 있는지를 잘 살펴서 처신을 해야 한다. 중간 리더는 두 가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고 리더에 대한 처세와  리틀리더들을 이끄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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