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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Nov 27. 2020

리더십은 지위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인자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되어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리더가 되길 원하는 수 백명의 젊은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며칠에 걸쳐 하루에 100여 명의 젊은이들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짧은 시간이지만 질문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장교가 되길 원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리더가 되어서 리더십을 배우고 싶어서입니다.”

대답의 표현은 약간 다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지원자가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언급하였다. 장교가 되어야만 리더이고, 그 위치에 있어야만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것인가?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내가 걸어온 30여 년의 군 생활을 돌이켜 보았다. 내가 리더로 있을 때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은 나뿐이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30여 년의 시간은 ‘리더와 리더십’의 모습을 변하게 만들었다. 초급장교 시절을 생각하면 ‘지위에서 내뿜는 강력한 리더십’이 존재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위에 언어와 신체적 폭력이 더해져서 엄청난 파워로 팔로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갔다. 이 때는 지위가 리더십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지위에서 나오는 강력한 일방향의 리더십에서 이해와 설득의 리더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중간 리더들에게는 이해와 설득의 리더십이 크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말단 구성원들에게까지는 아니었다.


대대장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입대 전에 마술을 전공한 병사와 마술가 자격증이 있어 사회활동을 통해 수입이 있었던 병사가 동반 입대하였다. 지휘관으로서 다방면의 부대활동에 관심을 갖고 부대지휘를 하던 중 면회공간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토의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마술을 할 줄 안다는 두 병사가 찾아왔다. 주말에 면회객을 대상으로 마술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면회객을 대상으로 마술을?' 처음에는 당황되기도 했다. 주말에 쉬고 싶을 것인데 왜 면회객을 대상으로 마술을 한다는 것인가? 긍정과 부정적 효과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마술을 하는 병사들은 재능을 살리고, 면회객들은 즐거움을 더하는 긍정의 효과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병사들의 계획을 승인해 주고 시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평일에 준비를 하고, 주말에 마술공연을 하고, 면회객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받아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동을 하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면회객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고, 그들 자신에게도 피드백을 통하여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그 병사 중 한 명은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는데 동반입대 친구가 도움을 주고자 마술공연을 계획했던 것이고,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리더인 대대장의 고민인 면회공간 개선과 부대 적응이 어려운 병사 관리라는 두 가지 부분에서 말단 병사의 영향력이 성공적으로 행사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리더와 리더십의 변화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리더십은 지위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성품과 실력, 실천력이 어떤 환경을 만났을 때 관련 대상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톱 리더가 아니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을까?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JOHN C. MAXWELL)은 <성공을 위한 중간 리더의 절대법칙>이라는 책을 통해 중간 리더들이 갖고 있는' 리더십에 대한 7가지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중 ‘지위에 대한 오해’의 내용이 나온다.

‘리더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꼽으라면, 리더십이란 단순히 특정 지위나 직함을 갖는데서 나온다는 믿음을 꼽고 싶다. 이만큼 사실과 동떨어진 통념도 드물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각자가 속한 집단, 부서, 분과, 조직 내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를 필요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여기서 말하는 ‘지위에 대한 오해’에 빠져 있는 것이다.’

리더십은 자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수 십 년을 조직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존 맥스웰도 자리가 리더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조직에서 일인자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의 척도는 영향력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야만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업무성과를 올리고, 타인의 생산력 제고를 돕는 데 반드시 톱 리더의 직함이 필요한 걸까? 꼭 회장이나 CEO가 되어야만 아랫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타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의지와 성향이지 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직의 어느 위치에서든 타인을 이끌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조직에도 이롭다. 조직의 위아래를 막론하고 모든 단계에서 누군가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요지는 이렇다. 리더십 행사는 선택의 문제이지 현재 차지하고 있는 지위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어느 위치에 있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닌 활동에 관한 것이다


정보와 지식의 측면에서 리더와 팔로워 간 격차는 좁혀지고 어떤 분야에서는 역전되어 있기도 하다. 또 급격한 변화의 속도를 리더가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서 더욱 자리가 리더십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 베이징대학교 중국전략연구센터의 연구원이자 베이징 피터 드러커 아카데미의 부교수 란류는 그의 저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서 ‘리더십은 지위가 아닌 활동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리더십은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발휘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리더인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리더가 아닌 것이다.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직함이 있는지, 혹은 부하 직원을 얼마나 많이 두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또는 집권 초기의 마오쩌뚱처럼 역사적으로 명망 있는 리더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선출되거나 임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사람들을 이끌었을 뿐이었죠. 추종자가 생길만한 방식으로 행동한 겁니다. 그러니까 리더십은 직함이나 직위와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관계된 것입니다.’

이제는 리더십이 지위에서 나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리더는 팔로워들의 리더십 발휘에 대해 어색해해서는 안될 것이며 오히려 리더십 발휘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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