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혁의 생각
마이 스토리(저자: 스티븐 제라드)
“나는 영광의 의미를 잘 안다. 동시에 패배의 처절함도.”
스티븐 제라드는 영국의 축구 선수였고, 지금은 은퇴하여 스코틀랜드 레인저스 FC의 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전에도 몇 권의 자서전을 써낸 바가 있지만, 이 책은 그의 선수 시절 말년에 쓰였고, 그로서는 다루기 고통스러웠던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전의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를 지닌 책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은 2005년, 그가 선수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녔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클럽팀 선수로서는 최정점의 위치에 서 있게 된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때 다른 클럽에 갈 수 있었지만, 리버풀에서 리그 우승이라는 과업을 이루어내고 싶어 했고, 결국 팀에 남게 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고의 미드필더를 가진 그 팀은 점점 하락세로 접어들고, 제라드의 우승 꿈도 저물어가는 듯 보였다. 어느덧 말년에 접어들고, 과거 본인이 뛰던 높은 위치보다는 낮은 위치에서 경기를 뛰는 것을 받아들인 제라드는 리그를 우승할 마지막 기회를 2014년에 얻게 된다. 운명의 장난인지, 리버풀에서 가장 믿음직한 미드필더였던 그는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하며 우승컵을 놓치게 된다. 그 시즌 이후 제라드의 기량은 노쇠화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고, 2016년 리버풀을 떠나게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는 동안 가졌던 그의 심리, 책임감, 인간적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스티븐 제라드는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뛰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내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미드필더이다. 그는 가장 뛰어난 선수는 아닐지라도, 역대 가장 균형 잡힌 선수로 손꼽힐만한 인물일 것이다. 최근 해외축구를 접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개중에 존재하는 악성의 팬들은 14년도에 보여줬던 최악의 실수로 그를 조롱하기도 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들과 한패였음을 부끄럽게 고백해 보는 바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도저히 스티븐 제라드라는 사람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아쉬운 뒷맛이 남았다. 영광의 커리어만 보낼 법도 한 기량의 한 선수가 시대를 잘못 만나 암흑기의 팀을 지탱한 비운의 캡틴으로 남고 말았고, 더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그가 팀을 떠나자마자 리버풀이 다시금 영광의 시대를 맞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축구선수로써 보여준 퀄리티, 리더십과 정신력은 내 마음속에 계속해 남아 날 이끄는 채찍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