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Sep 26. 2019

#_그 많던 구슬은 다 어디에 갔을까?

행복의 기준이 바뀌면 내가 가진 것의 가치도 변한다.

어릴 때 구슬치기, 고무치기 등의 놀이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그 땐 얼마나 많은 구슬을 모으는지가 또래집단 내에서 최고의 이슈였다. 고무치기 역시 비슷하다. 프로레슬러 모양으로 만들어진 야광고무인형을 쳐서 누가 멀리 나가는지 시합하고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의 고무를 딸 수 있었다. 나는 제법 실력이 있었고, 상당히 많은 구슬과 고무를 땄다. 어린 나이라 약간의 전략만 있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고, 많은 아이들의 고무를 휩쓸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더 크니까 그토록 소중하게 모았던 구슬과 고무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기념으로 가장 좋아하던 왕구슬과 챔피언 고무만 남겨놓고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다. 여전히 그런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던 친구들은 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히 몇 달 전까지 가치 있던 것이 어느 순간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게 본능이다. 행복의 기준이 바뀌면 내가 가진 것의 가치도 함께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 나는 몇 자리수 세상에 살고 있는가?


1

2

3

4

5

6

7

8

9

0


한자리수 세상에서는 아무리 채워도 9를 넘어갈 수 없다. 9보다 더 많은 것을 채우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비워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비우고 0이 될 때 비로소 새로운 "하나"를 얻는다. 그때 얻게 되는 "하나"는 결코 처음의 "1"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10(十)"이라고 부른다.


한자리수 세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두자리수 세상을 볼 수 없다. 9를 넘어 10이 될 때 한자리수 세상에 있는 사람들눈에는 0만 보일뿐이다. 새로운 1이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두자리수 세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세자리수 세상을 볼 수 없다. 99를 넘어 100이 될 때 0만 보인다. 다만 0이 두개 있기에 평범한 0이 아니라는 정도만 알 뿐이다.


성장의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이전에 중요하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바둑에서 정석을 배워 완전히 몸에 익힌 뒤에는 정석을 버려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단계마다 다른 수준을 요구한다. 인생도 비슷하다. 그걸 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_다름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