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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01. 2019

#_맞은 편 길을 걷다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도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두가지 방향 ― 만일 우리가 거울 그 자체를 관찰하고자 한다면 결국 거울에 비친 사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물을 잡고자 하면 우리는 결국 거울 표면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식의 가장 일반적인 역사다. - 프리드리히 니체 <아침놀> 중에서


지금 있는 사무실은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의 언덕 위에 있다. 강남한복판이라 큰 길 쪽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언덕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건물 뒤쪽으로는 상당히 경사가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 경사 아래 GS25 편의점과 떡순튀 분식집이 있다. 그 두 곳을 이용하기 위해 종종 그 가파른 길을 걸어 내려간다. 오늘은 편의점이었다. 평소처럼 늘 가던 길로 내려가려던 순간 맞은 편 길이 보였다. 


1차선 도로 양쪽으로 좁은 인도가 보도블록으로 만들어져있는데 나는 늘 가까운 길 쪽으로만 걸어갔다. 이 사무실로 온지도 1년 3개월 정도 되었는데, 단 한 번도 맞은편 인도로 걸어 내려가거나 올라온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놀라웠다. 습관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맞은편 길을 선택했다.  50m 남짓 짧은 길이었지만,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옳은 삶을 살고 있는가? 오늘 나의 하루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늘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생각의 감옥 속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무려 1년 넘게 같은 길을 오르내리면서도 보지 못한 길처럼 말이다. 

내 인생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 가까이에 더 나은 삶을 만들어줄 방법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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