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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곰 Oct 12. 2019

#_인생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이유

발을 높게 차려면 먼저 그네부터 높이 타야한다

며칠 전 아이들과 놀이터에 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그네다. 그네를 타면 한번씩 해주는 놀이가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그네를 몸의 반동을 이용해 각도를 높여야만 닿을만한 거리에 서서 내 키보다 더 높은 허공에 손을 올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자, 여기 아빠 손을 발로 차보세요~"


그네를 잘 타는 큰 딸 지우는 발을 차기 전에 먼저 그네부터 힘차게 구른다. 그네가 더 크게 움직일수록 쉽게 아빠 손에 발을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둘째 석우는 아직 그네를 잘 타지는 못하지만, 누나만큼 잘하고 싶다는 욕심부터 앞서는 모양이다. 아직 그네가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데도 연신 발부터 차며 휘둘러본다. 내가 석우에게 말했다.


"석우야! 발만 차지 말고 그네부터 더 세게 타야 아빠 손에 닿지~"


그 순간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발견한다.

‘발을 높게 차려면 먼저 그네부터 높이 타야한다.’

그네를 제대로 구르지 않고 아무리 발만 높게 차봐야 발이 높은 곳으로 닿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불교경전 중 하나인 보등록(普燈錄)에 수록된 글 중에 한번 듣고 잊을 수 없었던 구절이 있다.


“니다불대 수장선고(泥多佛大 水長船高)”


진흙이 많아야 큰 불상을 만들 수 있고, 물이 깊어야 배를 높게 띄울 수 있다는 뜻이다. 큰 불상을 만들려면 먼저 많은 진흙이 있어야 한다. 큰 어려움 없이 큰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물이 깊으면(높으면) 배는 저절로 높게 뜨게 마련이다. 실력이 뛰어나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뜻이다. 마치 그네가 높이 올라가면 발을 더 높이 차지 않아도 쉽게 높은 곳까지 닿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오랜 시간동안 제 실력이나 성장보다 더 좋은 결과들을 기대하면서 살았다. 어쩌다 운으로 내가 가진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오면 기뻐했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했다.

내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네를 더 높이 탈 생각을 하지 않고, 발만 차서 목표에 닿고 싶어 했던 것이다.


분명 지금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이 서툴고 완벽하지 않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그런 서툼이 부끄러워서 시작하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성장도 하지 못한 채 정체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스 고딘은 『시작하는 습관』에서 끊임없이 시작하는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누구보다 많이 실패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저글링을 받는 것보다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이 던져보고 많이 떨어뜨려 본 사람만이 저글링을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한 번에 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실패하거나 서툴더라도 일단은 시작해 보는 수밖에 없다. 시작하지 않고, 실패해보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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