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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곰 Oct 18. 2019

#_작은 정성의 차이

관계를 만드는 건 사소한 배려와 관심이다

어젯밤, <10억 PPT 제작의 비밀>  1기 수업을 마쳤다. 

지난달 말 특강을 하고 소수의 신청자를 받아 진행한 수업이었다. 특강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이 있었고, 그때도 뭔가 느끼는 게 많았는데, 수업을 마치고 나니 더 감회가 남다르다.


수업 참여 전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발표자료들이 있었다. 지난주 수업 때는 이론과 원리, 실제 적용방법들을 알려드렸고, 이번 주는 짧은 발표를 준비해서 직접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다. 자료는 미리 만들어서 보내주면 내가 검토해서 제출한 사람 중에 한 분의 자료를 수정해서 예시로 하기로 했었다. 각자에게 좋은 기회이다 보니 모두가 열심히 과제를 제출해 주었다.


막상 과제를 다 받고 나니 다 조금씩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보였다. 우선 한 분을 선정해서 그분 자료를 수정해 드리고, 예시로 만들었지만, 수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선정이 안된 사람은 많이 섭섭할 것 같았다. 결국 점심도 거르고 수업 시작 2시간 전까지 초집중해서 다른 분들도 비슷한 분량으로 수정본을 만들었다. (강의안을 만들 때는 뭘 먹으면 집중이 안 돼서 늘 공복 상태에서 작업하는 편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몸도 마음도 물에 젖은 종이처럼 지쳤다. 6시간 정도를 책상에 앉아 다 식은 커피만 마시며 작업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노트북과 강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혹시 자기 노트북을 못 가져오는 사람들의 파일까지 다 챙겨서 강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먹은 우동과 닭꼬치는 정말 꿀맛이었다. 그렇게 미리 강의실에 도착해 준비한 뒤 시간이 되어 강의를 진행했다.


사람들의 기대 이상의 발표를 듣고, 나도 준비한 발표를 하고, 한 명씩 핵심적인 부분들을 설명하며 수정 전후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청중이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시각처리 순서에 맞게 레이아웃을 잡는 원리를 알려줬지만, 막상 자기 작업에 적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건 실제 작업한 내용으로 예시를 보여주는 것. 이 부분에서는 다들 정말 좋아했다. 특히 선정된 분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자분을 조금씩 작업해준 것에 대해 많이 고마워하셨다. 그렇게 수업 시간을 마무리하고, 몇 분은 남아서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당장 급한 부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아서 여쭤보신 분까지 다 설명드리고 나니 이미 1시간 이상 시간이 오버되었다. 마지막에 남으신 분이 너무 죄송하다며 식사를 대접하신다고 해서 장어와 고기 등을 사주셨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배는 안 고팠지만, 사양하기 힘들어서 기분 좋게 대화하면서 식사를 했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배우는 게 많은 느낌이다. 나는 대체로 강의를 하는 입장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늘 배우는 게 있다. 이번 강의는 특히 대단한 건 아니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저 그들이 삶을 대하는 치열한 열정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관계는 항상 그 작은 차이에서 가깝고 멀고 가 결정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인사, 사고한 관심, 사소한 배려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하나둘 쌓여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사소한 것 없는 커다란 혜택, 커다란 선처는 그 순간은 강력할지 모르지만, 관계의 지속성과는 무관한 느낌이다.

오늘 아침 한분이 올려주신 수업 후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마지막 1% 혹은 10%가 모자랐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독일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말을 다시금 마음속에 새겨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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