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곰 Oct 29. 2019

#_쾌락과 욕망

결과를 만드는 2가지 동기

나는 책을 좋아한다. 매일 책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또 새로운 책을 보면 궁금해서 기어코 사서 보는 편이다. 물론 사기만 하고 안볼 때도 많다. 나의 이런 책에 대한 집착은 책이 주는 쾌락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쾌락을 추구한다. 쾌락은 본능이며 그래서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내 안에서 우러나왔다는 뜻이다. 쾌락은 철저히 나라는 주체에서 비롯되는 경험이다. 그래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예컨대 독서가 좋은 이유는 “책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나 이번주에 1000곡이나 들었어~ 대단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음악감상이라는 것이 본디 역시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가 목표가 아니라, 그 음악을 듣는 시간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이 주는 쾌락을 알고 있고, 그것을 자기도 모르게 추구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욕망은 쾌락과 닮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단어다. 쾌락이 본능적이라면 욕망은 이성적이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한다. 욕망의 뿌리는 대체로 타자의 욕망에 있다. 욕망은 '과정의 즐거움'보다 '결과의 성취'가 중요한 경험이다. 좋은 차를 사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그 차를 사기 전까지는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다. 욕망에 기인한 행복은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모두 ‘그건 이제 탐나지 않아’라고 말하기 위해서만 욕망된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욕망은 ‘더 이상 욕망하지 않기 위해’ 욕망된다. 좋은 차를 사고 싶었던 사람이 그 차를 사고 나면 그 차는 욕망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미 달성된 욕망은 더 이상 욕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사면 일주일이 행복하고, 새 차를 사면 한 달이 행복하고, 새 집을 사면 일 년이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발생하는 행복의 유통기한을 설명한 듯하다.


어떤 이는 쾌락을 추구하며 살고, 어떤 이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살지만, 닮은 듯 다른 두 가지 동기의 작동으로 인해 삶의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_작은 정성의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