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업을 해야 잘 될까요?

나만 상상할 수 있으면 사업이 아니다

by 변대원

사업이라는 게 머릿속으로 구상할 때는 한없이 단순합니다.

내가 생각한 잘 팔릴 것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면 "알아서"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알아서 잘 팔리지 않습니다.


일단 내가 생각한 "좋은 제품"이나 "좋은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잖아요.

고객의 생각은 나와 많이 다릅니다. 저는 생각이 남들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사업하면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생각"입니다. 그 생각을 사업화한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건 잘하는 분들이 처음 시작을 결심하는 단계,

즉, 내 사업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정립하는 단계는 가볍게 건너뜁니다.


내가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답을 다른 사람에게 구하려고 하죠.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에게 늘 답이 있었고, 학교를 다니면서는 선생님께, 시험을 치르면 그 시험에 해당하는 분명한 답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답을 미리 알고 공부하면 맞출 수 있는 공부를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도 넘게 해왔어요.

그래서 자꾸 답을 밖에서 찾는 습관이 베어버린 거죠.


사업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답을 다른 사람 누구도 모릅니다.

물론 이미 성공한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다만, 그 사업을 하는 당사자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내 기준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은 똑같아요.

내가 찾아야 하는 답을 남에게 자꾸 물어보니까, 답을 못찾는 것이지요.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지금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건 바로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믿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국가라는 것도 하나의 허구죠.(지구 자체에 나라가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거죠)

그리고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허구가 "돈"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100달러짜리든 5만 원짜리든, 100만 원짜리 수표든 사람들이 그것을 "돈"이라고 서로 약속하고 그것으로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것이지요.

사피엔스.jpg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업도 하나의 상상입니다. 내가 꿈꾸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무언가죠.

중요한 건 그걸 나만 상상할 수 있으면 사업이 안된다는 점이에요.


내가 상상하는 걸 고객도 나처럼 상상할 수 있고, 신뢰해야지만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상하는 걸 사람들이 함께 상상해줄지 안 해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아는 방법은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죠.


실패는 사업의 안 좋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하시기 어려운 분일 것 같아요.

실패는 필연적으로 사업가가 끌어안고 가야 할 과제입니다.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서만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펼쳐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업을 해야 하기 전에 분명해야 하는 건 3가지라고 했습니다.


먼저 내가 파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상품을 아는 거죠. 거래의 주체가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입니다.

다음은 내 사업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죠. 마케팅의 첫 단계가 바로 고객설정(targeting)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략이죠. 내 고객들에게 어떻게 내가 가진 상품을 팔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입니다. 돈을 버는 방법이겠지요. 고객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나는 고객에게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정말 원하는 무언가를 상상해 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책방이 다양한 카페, 음식점, 빵집, 박물관, 미용실, 도서관, 학교, 사무실 속에 있는 풍경을 꿈꿉니다. 책을 사랑하고 책이 가진 놀라운 힘을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공간에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만나면 그들의 삶이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이 의식의 변화를 하게 되고,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꿈꾸는 동반자가 늘어가면 분명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고요. 사람들에게 독서를 가르치고, 함께 새로운 독서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는 것이지요. 그게 제가 상상하는 꿈이에요.

그럼 그다음 단계는 뭘까요?


내가 상상하는 것을 함께 상상해줄 사람들을 찾아야겠죠. 그분들이 저의 고객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성장하는 삶을 믿는 분들이 저의 고객이겠지요.

여기까지는 분명합니다.


어려운 건 그 관계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지요?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돈을 버느냐, 저는 책이 아니라, 책방을 제공하고 돈을 받습니다.

책을 파는 것은 제가 아니라, 고객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책방이라는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이지요.

제가 정한 방식대로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책을 팔기 위한 책방이 아니라, 먼저 내가 성장하는 책방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책방의 매출도 따라서 늘어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다듬어가고 있어요.

어차피 책방이 생계수단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부가수익을 만드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런 형태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한 것인데요. 아직 이게 답인지 아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꿈을 꾸고, 실제로 책방을 시작해 봤기 때문에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저는 여러 가지 실패를 해왔고, 앞으로도 실패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지금 하고 있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그 일을 관두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색하면서 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을 찾아봐야겠지요.


사업은 세상이라는 드넓은 벌판 위에 집을 짓고 마을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나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나중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원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작년 이맘때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일인데, 그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해오면서 지금은 제법 사업의 모양을 하나씩 갖춰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이 될 것 같은지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왜 그 사업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편입니다.

그러면 제가 상상하는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그때마다 더 생생히 수많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책방에서 책을 사고 즐거워하고, 책을 통해 설레 하고, 책을 통해 성장하는 그 멋진 장면들이 마음속에 새겨집니다.


각자 여러분이 꿈꾸는 사업도 있으실 거예요.

내가 지금 하는 상상이 다른 사람도 함께 꿈꿀 수 있는 것인지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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