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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19. 2020

#_한번 해 보세요

타인에게 하는 조언은 사실 나 자신을 향한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그런 경우는 정말 나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라기보다는 누군가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이다. 때론 경청하고 때론 그의 말을 자르기도 한다. 경청하는 이유는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말을 자르는 경우는 그의 말이 둘 다에게 시간낭비가 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사실 내가 조언을 해주는 건 무의미한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도 가급적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한번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뭔가를 정말 하고 싶은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대뜸 말했다. 


“그냥 한번 해보세요.”

“에이, 그래도 전 아직 그걸 할 만큼 준비가 되지 않아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네, 그렇죠. 근데 문제는 준비가 다 되어서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우선 먼저 시작해 보세요. 생각으로 준비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면서 수정해 가는 것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거든요.”


그는 잠시 멈칫했다. 여전히 자신 없는 얼굴이었지만, 한번 해봐야겠다는 조심스런 결심이 엿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조언은 거기까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상식처럼 말하지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좀 다르다. 시작한다는 건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준비란 만반의 준비가 아닌 마음의 준비다. 무언가 내 삶에 펼쳐질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코 시작하지 못한다. 시작하지 못하면 당연히 아무 변화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좀 더 완벽한 상황이라는 출구 없는 트랙을 맴돈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일단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선 연락을 해야한다. 시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할 때 아름답게 출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것이 불완전하지만 어설프게 한번 해본다는 의미다. 그 서툰 시작이 운명을 바꾼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시작하면 우선 운명의 반은 바뀌니까.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때마다 나는 그 말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안다.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한번 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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