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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21. 2020

#_꿈과 현실, 계획과 실천

허무하게 지나간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근에 동생이 이사를 나가게 되면서 사무실을 혼자 쓰게 되었다. 이사한 다음날부터 혼자 사무실 내부정리를 시작했다. 책장을 세팅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그 책장 속에 있는 책들을 정리하는 거였다. 책까지 어느 정도 정리하고 보니, 이제는 이전부터 버리지 않고 있던 사업의 흔적이랄까? 성장의 과정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문서더미를 발견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으나 급하지 않아 정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다. 여전히 완벽하게 정리하진 못했지만, 80% 가까이 버리고, 꼭 필요한 자료들만 추려냈다. 그러는 동안 우연히 한창 영업 열심히 하던 시절 매월 기록했던 일정과 목표관리 파일을 열어보게 되었다. 2006년, 29살이었던 내가 이후 30대를 송두리째 바꿀 도약을 시작하던 때의 기록이었다.


무엇에 미쳐있을 때 그의 삶은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 그 때의 나는 보험영업에 심취해 있었고, 매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체계적으로 일정을 관리했고, 목표는 수시로 피드백하며 수정해 나갔다. 몇 년 간 억대연봉을 받았던 건 그저 운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문득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책에 미쳐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2016년, 39살이었던 나는 40대를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를 도약을 시작한 셈이다. 독서는 내가 평생 누려야할 기쁨이지만, 독서 자체가 내 삶의 목표는 아니다. 내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그 플랫폼의 핵심 시스템을 "지성의 OS"라고 부른다. 그걸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라서 생각했고, 부단히 읽었다. 그런 목표가 없었다면 독서에 눈을 뜨지 못하진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독서의 기술을 하나씩 체계화해 나가고, 그 내용을 강의하고, 책으로 쓰며 더 정밀하게 테스트해 왔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제대로 구축해야 함을 느낀다. 애당초 "플랫폼"이란 더 나은 방식의 이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내가 본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내가 꿈꾸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허나 생각과 몸은 따로 놀고, 상황은 나를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듯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난제(難題)'가 있다. 사실 내가 해왔던 독서법은 스스로 삶의 높은 파도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인생공부였다. 그저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독서가 아니라, 삶의 기준과 관점을 바꾸는 독서이기도 했다. 책을 통해 나를 다시 세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정서재행(正書再行)"이었다. 

바르게 읽고, 쓰고, 다시 읽고, 행동하는 독서. 

앞서 말한대로 4년 전부터 부단히 읽기 시작했고, 2년 전부터 부단히 쓰기 시작했으며, 작년부터 책과 내 삶을 "다시 읽고" 있다. 올해는 드디어 본격적인 실천을 시작할 차례라 여겼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건만, 정작 나를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사실 지난 1월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스스로의 한계에 봉착해 무리하다가 몸이 파업을 하기 시작했다. 늘 몸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실제로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니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아픈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성장에 아픔이 동반되기에 그것 역시 하나의 성장통일테다.

서두르면 늘 넘어지게 마련이다. 급하면 체한다. 하여 도리가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수밖에. 해야 할 일을 첫줄부터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명상을 하고, 낭독을 하고, 글을 쓴다. 오늘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일을 하나씩 클리어 해 본다. 이제 체크가 4개로 늘어났다. 남아있는 4개도 체크하고 퇴근 전에 내일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

거창하고 완벽한 계획보다 사소하고 구체적인 실천이 더 위대하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졌으니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길. 글을 다 쓰고 마시는 다 식어버린 아메리카노가 어쩜 이리 달콤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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