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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24. 2020

#_월요일 아침이 왔다.

흔한 초딩 대디의 월요일 대처법

다시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도시락을 싸기 위해 아침부터 요리를 했다. 

양파와 당근,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기름을 두른 팬에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준다. 한참을 볶은 뒤 물을 부어 끓이고, 하이라이스 가루를 넣어주며 천천히 저어주면 완성이다. 밥과 반찬과 물까지 준비하고, 아이들은 책가방을 챙기라고 말한다. 아이들 준비가 끝나고, 얼른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준다. 이렇게 오늘의 아침 경기의 전반전을 끝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집안 청소다. 주말을 지난 후 월요일 아침의 집상태는 일주일 중 가장 심각하다. 어젠 딸이 안방 바닥에 온갖 베개와 인형으로 본인만의 침실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거실에는 전날 풀고 난 문제집들이 간이 책상위에 널려있다. 우선 창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이불부터 갠다. 정리의 기본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불을 다 정리한 후에는 인형을 정리한다. 인형 다음에는 책, 책 다음에는 여러가지 잡동사니다. 정리가 끝나 후에는 청소기를 돌린다. 가장 작은 먼지를 치우는 단계랄까.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건만, 집안일은 늘 그렇듯 혼자하면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후반전에 체력을 조금 더 소모했지만, 아직 맘을 놓을 순 없다. 어느새 시계는 10시를 가리킨다. 서둘러 사무실로 향한다. 


토요일에 강의와 이후 일정들로 인해 정리하지 못하고 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지막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역시 시작은 환기다. 창문과 문을 열고 우선 큰 페트병과 작은 페트병, 비닐 등 각종 쓰레기부터 정리한다. 비닐에 재활용과 쓰레기를 분류해서 단단히 묶어 내놓는다. 다음은 컵이다. 오신 분들에게 조금 더 마음을 담아 대접하고자 머그컵을 이용하는데 10명이상이 오신 날은 쉽지 않다. 설거지를 마치고 청소기를 돌린다. 바닥 구석구석 의자를 들어내고 먼지를 담는다. 청소를 다 마친 이후에는 청소기에 담긴 먼지를 비워내고, 필터와 먼지통을 물로 씻어 놓는다. 바닥에 있는 먼지를 청소기 속으로 넣었다고 끝이 아니니까. 그것까지 최종 정리하고 닦아야 청소는 완성된다. 물기에 젖은 먼지통과 필터를 창가에 말리면 마무리다. 가볍게 한숨 돌리며 커피를 내린다. 주말 내 묵은 공기는 다 날아가고, 공간은 이제 커피향으로 가득 찬다.


월요일이 아니라 금요일인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일주일에 한번은 겪게 되는 아침의 풍경이다. 내 공간의 주인은 나다. 그러니 당연히 치우는 것도 나여야 한다. 그것에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저 당연히 주어진 책임일 뿐이다. 비록 평소보다 훨씬 늦은 오전을 시작했지만, 이 시간이 내가 머문 공간에서 벌어지는 나머지 모든 시간의 질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거를 수 없다.

일상은 매일 마주하기에 그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결국 내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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