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재미있게 읽는 사람들이 처음 책을 접하는 방식
왜 책이 재미가 없을까요?
독서를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독서를 놀이가 아니라 숙제라고 느끼는 겁니다.
그럼 공부는 왜 힘들어할까요?
그 이유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시켜서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부든 독서든 해야 하는 줄은 알지만 재미있게 하긴 어렵습니다.
책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의 본질은 재미죠.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음악을 들으면 즐겁기 때문이잖아요. 영화를 보는 이유는 영화를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죠.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도 똑같습니다. 책은 원래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억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설레고, 느끼고, 누려야 하는 것이죠.
다만 애석하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이 우리를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었어요. 책의 즐거움을 발견해주기보다 그저 정해져 있는 답만 잘 외우고, 그걸 찾아내라고 강요받았지요. 책은 대학 입시와 취업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죠. 영화나 음악처럼 우리가 자발적으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걸 선택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었다면, 책을 즐기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잠재의식에는 입시 교육에 지친 나머지 “이제 더 이상 책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맙니다.
콘텐츠의 또 다른 본질은 ‘의미’입니다. 독서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있지요. 책을 많이 읽다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지만,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의미가 아니라 ‘재미’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지요.
책을 많이 읽으려면 우선 책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자연스레 더 많이 읽게 됩니다.
책이라는 콘텐츠로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독서는 당연한 일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가 있어요. 그런데 이 동기에는 ‘일반동기’와 ‘순간동기’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동기는 “책을 읽어야지” “운동을 해야지” “공부를 해야지” 식의 이성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이걸 하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되고 좋으니까 나는 이걸 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문제는 일반동기는 힘이 좀 약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반드시 ‘의지’라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강한 의지가 없는 사람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일반동기지요.
반면에 일반동기보다 힘이 훨씬 센 강한 동기가 있는데요. 바로 ‘순간동기’입니다. 순간동기는 길을 가다가 빵집 근처를 지나갈 때 고소한 빵 냄새를 맡는 순간, ‘아, 맛있겠다’ ‘먹고 싶다’ 식으로 일정한 순간 즉각 나타나는 동기를 말합니다. 이런 순간동기는 어떤 경험이 우리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한 적이 있을 때 발동되지요. 이런 순간동기는 달성이 아니라 충족하는 개념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어요. 동기의 뿌리에 욕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순간동기는 욕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 특별한 저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동기는 의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력을 좌우하는 여러 가지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비단 독서뿐만 아니라 모든 습관이 형성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1시간씩 운동해야 해 / 책을 많이 읽어야 해! → 일반동기
저 케익 먹고 싶다 / 이 책 읽고 싶다! → 순간동기
이 두 가지의 차이가 이젠 좀 느껴지시나요?
어릴 때 즐겨 읽던 만화책이나 추리소설 혹은 무협지 등을 떠올려보세요. 수십 권의 만화책이 쌓여 있다고 마음에 부담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뭔가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끼셨나요? 그 재미있던 책을 한참 읽다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잡히는 책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을 느낄 때 ‘이제 조금만 읽으면 다 읽겠다!’라는 해방감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어, 벌써 끝나면 안 되는데?’라는 아쉬움을 느끼셨나요? 그 시절 재미있게 책을 읽던 느낌과 지금 여러분이 책을 읽을 때의 기분은 왜 다를까요?
사람들은 막연하게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책 좀 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할 뿐 정작 읽지는 않습니다.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살을 빼야한다’는 강박에 살면서도 ‘조금만 먹어야하는데……’ 생각만 할뿐 정작 치킨과 맥주 앞에서 무력해 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셈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동기는 있지만, 순간동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정말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은 ‘읽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책장을 펼칩니다. 결코 어떤 의무감에서 책을 읽는 게 아니지요. 만약 책 읽는 게 재미있어진다면,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누가 읽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읽게 됩니다. 왜냐하면 책 읽는 행위의 즐거움이 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가 그런 비슷한 상황이나 환경에 노출되면 “읽고 싶다”라는 순간동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마치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다음에 같은 음식을 보고 "먹고 싶다"라는 욕구가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뜨겁게 연애중인데요. 심지어 연인을 만났을 때도 서로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하니 정말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아닐까 싶어요.
왜 그런 걸까요?
스마트폰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SNS를 통해 누구와도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고, 인터넷과 앱을 통해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도 볼 수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친한 친구들이 살아가는 일상도 엿볼 수 있지요. 이런 모든 행동들이 유발되는 원인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꾸 반복하게 되지요. 그때마다 순간동기가 유발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반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 행동은 습관이 됩니다. 그렇게 습관이 되어버린 후에는 재미가 있든 없든 무료한 일상을 달래주는 하나의 관성이 되는 것이지요.
책도 다르지 않습니다. 책에도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있고, 작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영화보다 재미있는 소설을 만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나 자신을 만날 수가 있지요. 문제는 그런 만남을 통해 제대로 된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만약 어떤 식으로든 재미를 맛보게 되면 얼마든지 독서도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동기와 의지력을 가지고도 독서 습관을 만들 수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 책과 한결 친해지거든요. 만나면 늘 즐거운 친구를 사귀는 일이죠. 책이라는 친구와 친해지고 나면 편하게 말도 걸고,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결정적으로 “정말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도 분명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을 거예요. 그때의 그 기분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보기 싫은 것일 뿐이죠.
책을 많이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과감히 버리셔도 좋습니다. 그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 뭔가 끌리는 책부터 다시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그 책이 당신을 더 놀라운 지적 쾌락의 세계로 인도해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