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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02. 2020

#_참된 지혜는 겸손하다

마음이 교만해졌을 때 책을 보는 이유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겸손합니다.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진정으로 많이 아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를 알게 되면 모르는 것은 3개, 4개, 10개로 늘어나기 때문이죠. 즉,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내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아지는 과정일수밖에 없고, 결국 겸손을 가르쳐줍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이해하는 것이 지식이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는 것은 지혜입니다. 지혜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태도입니다.


세상 이치를 다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보다 경험도 많고, 공부도 많이 했고, 산전수전 다 겪어 봤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확신일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무리 많은 경험과 학식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삶에서 증명해 본 것일 뿐입니다.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가진 타인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라고 말하긴 어려운 법이지요.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입은 신중히 열고 귀는 활짝 엽니다. 사람마다 다른 모양의 삶 속에 다른 빛깔의 지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독서무용론을 주장하시는 분을 만나게 됩니다. 한분은 ‘책을 읽어보니 다 같은 말이더라. 그래서 이제 안 읽는다’고 말합니다. 다른 분은 어차피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들어봐야 나와 다르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물론 틀리지 않았다고 해서 옳은 것도 아닙니다. 설령 옳다고 해도 지혜로운 건 더더욱 아니지요. 


독서는 경청하는 태도입니다. 독서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그 내용 뿐만 아니라, 책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입니다. 고전은 고전대로, 시는 시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자기개발서는 자기개발서대로 작가의 이야기가 있고, 지혜가 있습니다. 사람 관계도 그렇듯 책이 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만 책은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대충 읽을 때는 몰랐던 이야기, 한번 만났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오직 책에 귀 기울여 경청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습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닌데 비밀을 말해줄리 없죠.


마음이 교만해졌을 때 책을 펼쳐봅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전혀 그렇게 살지 못했던 나를 보게 됩니다. 아!하고 또 반성합니다. 또 잠시뿐인 각성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완전히 변하는 것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 글은 반성의 글입니다. 독서를 게을리 한다는 것은 경청하는 태도를 잃어버렸다는 뜻입니다. 잠시 늦은 명상을 하고 책을 펼쳐 몇 장 읽기도 전에 책이 나에게 말합니다.


“요즘 많이 바빴나봐?”


읽을 책만 쌓여가면서도 읽는 시간은 줄어든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바쁘다는 것은 마음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잃었다는 것은 내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는 태도를 잃은 것입니다. 심연에서 고동치는 소리를 듣지 않고 외부의 자극에만 반응하면 그건 그저 동물적 삶에 불과합니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당당히 그 목소리로 세상을 설득해 나가는 일입니다.

책에서 겸손을, 겸손에서 지혜를, 지혜에서 나다움을, 나다움에서 당당함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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