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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04. 2020

#_늘어난 고무줄

2020년 지나간 두 달을 돌아보며..

올해 들어 여러가지 힘든 상황들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도 있지만, 예상할 수 있던 일도 많았기에 아쉬움이 크다.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반성은 변화를 이끈다. 이 글은 지난 2달간의 나를 돌아보는 일종의 자기반성이다.


지난 두 달간의 나는 너무 세게 잡아당겨 탄력을 잃어버린 채 늘어난 고무줄 같았다. 그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어린 시절 나무젓가락으로 고무줄 권총을 만든 적이 있다. 그 고무줄 권총에 고무줄을 끼우고 방아쇠를 당기면 ‘쓩~’하고 날아가 표적을 맞출 수 있었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 뜨거운 시기가 지나가면 시시해지게 마련이다. 어느 날 그 젓가락권총에 고무줄을 걸쳐놓고 쏘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난 적이 있다. 멀리 날아갈 수 있게 최대한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길 수 있게 만들어놓아서인지 며칠이 지난 뒤 여전히 걸쳐있던 고무줄은 심하게 늘어나 있었다.

젓가락권총에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는 이유는 원하는 곳으로 날리기 위해서인데, 그때그때 날리지 않고 방치하면 늘어져 버리는 건 우리 삶과도 무척 닮았다.


지난 두 달간의 삶을 돌아본다. 

1월 중순 동생이 이사를 가면서 지금 공간이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여기 사이책방에 강의공간을 꾸며 제법 훌륭한 공간으로 만들고 연말부터 진행했던 독서 프로젝트나 글쓰기 프로젝트들을 열심히 꾸려가고 있다. 매주 독서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책을 나누고 공부하고, 비즈니스 조찬모임에 참석하면서 다양한 일을 하시는 분들과 만나 협업을 모색하고, 내 일에 접목할 수 있는 조언들을 들었다. 

교회에서도 3년째 총무직을 맡아 재정서류며 회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관리하고, 모임을 주관하고, 교회에 필요한 비품들을 조달하기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글을 적었고, 함께 글을 쓰는 쌤들의 글도 정기적으로 피드백 하고 있다. 어느새 2권 분량이 된 에세이를 투고하고자 출간기획서를 적었고, 무엇보다 방학동안 아이들을 아침저녁으로 매일 챙기는 일도 소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 사이책방이 나아가야할 3가지 플랜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일정을 잡고 있다. 

무척 바빴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늘어지기가 일쑤였다. 다른 사람들 눈엔 어찌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내면에서는 뭔가 균형을 잃어버린 나 자신에 대한 반성하라고 한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몸과 마음은 사실 거짓말하지 않는다. 나의 기억과 인식이 나를 속이고 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보려 애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2월 29일이다. 4년마다 한 번씩 덤으로 주어지는 날이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2달.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오늘은 독서모임도 없어서 아주 오랜만에 9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자고, 느릿느릿 출근해서 간단한 청소와 정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다시 내 삶의 루틴 안에 나를 놓아둔 느낌이다.

내일부턴 3월이다. 매일 새로운 하루가, 매주 새로운 한주가, 매월 새로운 한 달이 주어짐이 감사하다. 다시 팽팽한 고무줄로 마음을 새롭게 당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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