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r 06. 2020

#_마지막 경기를 복기하다

이세돌의 은퇴 경기에 가슴이 뜨거워진 이유

얼마 전 세계최고의 바둑기사였던 이세돌 9단이 은퇴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마지막 경기는 국내에서 계발된 바둑AI 한돌과의 3번째 경기였다. 첫 번째 판은 이세돌 9단의 승리, 두번째판은 패배, 그리고 오늘 마지막 대국에서도 불계패를 하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기사를 쓱 읽다가  눈길이 한 문장에 머물렀다. 이세돌 9단의 마지막 행동 때문이었다. 은퇴 경기를 마치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그 경기를 복기했다고 적혀있었다. 

그 한 줄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제 누구와 프로무대에서 승부를 겨뤄야 하는 것도 아닌데도 그는 당연한 듯 다시 앉아 자신의 경기를 복기했다. 


언뜻 불필요해 보이지만, 저런 작은 태도 하나의 그의 삶을 말해 준다.


인도의 피리 연주자 히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라는 사람이 있다. 40대에 이미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팬이었던 류시화 작가는 20년 동안 매년 그의 연주를 보러 다녔고, 80세가 되었을 때 한국에도 초대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인도에서 긴 비행을 하고 왔음에도 40분의 공연을 위해 그는 쉬지 않고 연습했다고 한다. 전날 공연을 했던 날이라도 다음날 공연이 있으면 어김없이 하루 종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그 분야에서 가장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노력을 간혹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가 운이 좋았다거나 천재였다거나 훌륭한 부모를 만나서 그런 업적을 이룬 거라고 쉽게 단정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은퇴경기와 인도의 전설적인 피리 연주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기적은 지극한 노력 위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신한다.

그들은 남들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라면 아마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목표는 스스로 만든 최고의 모습을 다시 갱신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나는 무엇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마지막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도전하고 있는가?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있는가?



*타이틀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매거진의 이전글 #_늘어난 고무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