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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20. 2020

#_무거운 젓가락

가끔 제법 무겁게 느껴지는 문제들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우리 동네에 우동집이 새로 생겼다. 새로 생겼다고 하기엔 이미 몇 달 지나긴 했지만, 내가 처음 가봤으니 새로 생긴 걸로 해두자. 오픈한 이후에 ‘한번 가봐야지’하고 생각한 것만 5번은 된 것 같다. 사실 늘 지나가는 시간이 아침이나 오전이라 먹을 일이 없고, 점심에도 딱히 사무실에서 제법 먼 그 우동집을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웬일인지 아직 점심시간 한참전임에도 오늘 아니면 여기 못 먹어볼 것 같다는 생각에 급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우동집으로 들어갔다. 왠지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작은 심경의 변화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묵우동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코로나여파로 손님이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가게 안쪽에는 이미 두 테이블에 손님이 식사 중이었고, 나는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가 나오길 기다렸다. 입구에서 반찬은 셀프였던 게 생각나서 김치와 단무지를 접시하나에 담아와 잠시 기다렸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우동이 나왔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길쭉한 젓가락을 뽑아 우동을 먹기 시작했다. 한참을 먹고 있는데, 젓가락을 들고 있는 오른손이 뻐근해옴이 느껴졌다. 특별히 아플 일이 없는데, 왜 그런가 잠시 생각해보니 원인은 ‘쇠젓가락’이었다. 

집에서는 옻칠한 대추나무 젓가락을, 사무실에서는 대나무 젓가락을 애용해서인지 몰라도 오늘따라 젓가락이 제법 무겁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한동안 외부 식당에서나 집, 사무실 어디서도 이렇게 무게감 있는 젓가락을 써본 기억이 없었다.

내 입장에서야 문제가 젓가락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문제일리가 없다. 내 손이 가벼운 젓가락에 적응해 버린 게 문제일 뿐.


가끔 제법 무겁게 느껴지는 문제들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당장은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닌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 지금 나에게 문제로 느껴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우동을 먹다 갑자기 최근의 일상들을 반성해 본다. 혹시 일상의 작은 어려움의 무게에도 금세 마음이 뻐근했던 건 아닌지. 

아! 어쩌면 그 집 우동 면말이 유독 무거웠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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