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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16. 2020

#_내 귀에만 안 들리는 소음

21대 총선 결과가 나에게 알려주는 작은 진실들

커피를 좋아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처음 하는 일 중 하나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커피맛을 잘 안다고 할 순 없으나 내 입맛에 맞는 것과 아닌 것 정도는 구별할 줄 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출근한다. 딸은 오자마자 사무실로 배송된 책을 읽는다. 아들은 요즘 꽂힌 색종이 팽이를 접기 시작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커피메이커로 향했다. 한 주간 띄엄띄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 덕분일까? 갈아놓은 커피가 다 떨어졌다. 사무실 한쪽 켠에 놓아둔 그라인더를 챙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원두(홀빈)를 꺼내 그라인더에 담는다. 뚜껑을 닿고 버튼을 누른다.


“위잉~~~~~~~~~잉”

거친 기계음과 커피가 그라인더 날에 갈리며 나는 소음이 진동한다. 슬쩍 아이들의 눈치를 본다. 다행히 이젠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슨 소리냐고 기겁을 했는데 말이다. 어떤 소리든 반복되면 우리는 타성에 젖는다. 문득 그라인더를 사고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의 일화가 떠올랐다.


나는 직접 원두를 갈아서 신선한 향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의 기쁨을 누리느라 그라인더의 소음 따윈 전혀 들리지 않을 때였다. 무척이나 시끄럽지만, 정작 그 소리를 내는 사람은 예상한 소리이기도 하고,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어 그리 시끄럽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그 소리를 들으면 분명 소음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나 객관적 소음이 맞다. 종종 사람들은 그 소리에 놀랐고, 나는 내가 제법 큰 소음을 내는 기계를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청소기 소리도 비슷하다. 청소하는 사람은 그 소리를 크게 못 느껴도 다른 사람에게는 때론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는 소음일 수 있다.


나는 반복적이고 익숙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일 수 있음을 다시 기억한다. 이런 작은 깨우침 역시 반복되면 타성에 젖기 마련이므로. 언제든 다시 기억해 내야만 한다.


어제 선거가 끝났다. 

선거전까지 수많은 가짜 뉴스들과 일부 사실의 왜곡과 과장으로 점철된 숫한 기사들을 보아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진실이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진실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긴 시간을 두고 검증하는 것이다. 소음을 내는 사람들은 그것이 소음인지 잘 모른다. 마치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이나 시끄러운 곳에 있는 사람이 조용한 질문에 크게 대답하는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언어들이 난무하고, 진실과 거짓의 공방이 치열했다. 어떤 식으로든 또 한 턴이 마무리된 것 같다. 나에게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고요함이 느껴지는 하루다. 


국민들은 지금 정부에게 힘을 실어줬고, 이제 정부는 그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 사람들이 기성정치에 얼마나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한다. 또 수많은 언론에서 뭐라고 분석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를 원하고 있고, 보다 정의롭고, 희망찬 대한민국을 바라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수많은 소음 속에서도 간절하고 진실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떻게든 전달된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 팬데믹도 지나갈 테다. 그다음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미래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선거 결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최고의 투표율이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에 손뼉 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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