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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21. 2020

#_유튜브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활용하면 최고지만, 휘둘리면 최악이 될 수 있는 도구

요즘 유튜브에서 좋은 정보를 접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포털에서 찾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한 게 있으면 동영상부터 검색한다고 한다. 그만큼 동영상 기반의 정보의 양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동영상이 주는 정확하고 현장감 있는 정보전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경험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 우려가 있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이슈가 되는 영상들을 보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몰입은 책을 읽을 때의 몰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독서가 능동적인 몰입이라면, TV나 동영상을 보는 것은 수동적 몰입이다. 전자는 적극적으로 나의 생각이 확장되고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며 상호작용 하는 활동이지만, 후자는 두뇌 활동은 점점 느려지고, 일방적으로 시청만 하는 상태가 된다. 그 때 우리의 뇌는 생각하는 뇌가 아니라, 그저 반응하는 뇌의 기능만 작동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의 가장 참된 진심을 숨기는 가벼운 유희에 스스로를 잃지 말아야 한다.



살다보면 삶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삶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진 어깨를 느껴보고 싶다고 해야 더 정확할까? 가볍다는 것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나만의 기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가벼워야 하지만, 삶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타성에 젖어 있는 말과 행동을 보게 된다. 누군가가 주장한 내용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모습도 본다. 꼴보기 싫다. 문제는 그 모습에서 나의 타성도 발견한다는 거다. 나 역시 매사에 생각 없이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너무나 익숙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매사에 생각하지 않고, 반응만 하다보면 내면의 진심조차 어느 순간 잃어버릴 수 있다.


Photo by Avi Richards on Unsplash


며칠 전 무언가를 찾아보려다 하염없이 유튜브의 망망대해를 헤매느라 몇 시간을 소모해 버린 날이 있다. 내 생각과 내 가치를 잃어버린 채 하염없이 영상을 보던 것에 몰두하던 나를 봤다. 올해 들어 그런 날이 부쩍 늘었다. 설령 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자신의 삶의 중심에 분명한 "why"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가벼운 유희에도 쉽게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느꼈다.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기 전에 광고 플랫폼이다. 유튜브의 수익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오래 머무르는 영상, 많은 관심을 보이는 영상에 수익을 분배해 준다. 결국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도태하게 된다. 물론 양질의 콘텐츠를 오랫동안 공급하면서 인정받는 콘텐츠도 많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과 궁금해 하는 것을 끊임없이 확증편향하게 만드는 요인도 존재한다. 오랜 시간 유튜브에 매몰되어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뇌의 기능 역시 그 상황에 적응하게 되고, 영상이 주는 수동적 자극에 중독될 수 있다.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말도 거창하다. 나 자신도 이렇게 쉽게 매몰되는데, 아이들은 어떨 것이며, 자기 삶의 기준과 존재이유(why)를 정립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자칫 위험한 도구일 수 있음을 느낀다.  진정한 자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뭐든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수 있는 통제력에서 나온다. 유튜브를 보는 것은 모두에게 자유롭지만, 과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아직 자유롭지 않기에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오늘은 잠시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덮어두고 내 책들이 머물러 있는 책장의 숲에서 내면으로 가는 길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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