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위에 비가 온다
어제까지 뜨거웠던 도시의 공기는
선선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오만가지 물방울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떨어진다
물방울은 여러 물결로 흘러간다
받쳐든 우산 속은 머리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로 메아리친다
빗소리와 비내음
습한 공기가 팔에 닿는 그 촉감이
어느 시간, 어떤 공간 속으로
날 데려간다
굴러가던 감정의 실타레가
네 앞에 멈춰선다
마치 너를 만난 듯 나도 모르게 미소짓다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부른다
갈비뼈 안쪽 어딘가가 간지럽다
조용히 너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
너의 이름이 그리움의 시공간 속으로
아득히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