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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12. 2020

#_'꿈'을 키우기보다는 '깜'을 키워야 한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심리 백신

저의 단점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 단연 최고는 생각이 늘 행동보다 멀리 앞서간다는 점입니다.

아마 '사고형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일 겁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잘한 것은 모두 '실천'한 결과였고,

가장 잘못한 것은 '생각'만 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작은 사실은 참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한 때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무지개 원리 등의 "간절히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 책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지요. 그 책들 모두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이야기 중 상당 부분은 맞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생각"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하고 싶네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거창했습니다. '100조를 벌겠어. 교육사업, 환경사업, 병원사업을 하고 싶어. '

물론 그런 꿈들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문제는 사람 따라 다르지만, 꿈과 현실의 지나친 괴리감은 행동의 제약을 만든다는 점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꿈이 크다 보니 스스로 이룬 작지만 소중한 성과들을 스스로 무시하곤 했습니다. 그 정도는 당연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 작은 실천의 결과들이 지금의 저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


20대에는 꿈이 큰 사람이 멋있어 보입니다. 아직 젊고 여전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그의 앞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뭐 30대에도 약간의 성취와 도전정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하나의 개성처럼 받아들여지곤 합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집니다. 사실 20년간 한결같이 같은 꿈을 품고 살아가는 것보다 이제 슬슬 결과를 보여줘야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글쎄요 정말 그런가요? 

저는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든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떤 인식의 프레임 속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떤 날은 정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는 날이 있어요. 

책도 한 줄 읽지 않고, 글 한 줄도 쓰지 않고, 온전히 유튜브 영상이나 포털의 뉴스를 보거나 오늘 저녁엔 뭐 먹을까 찾아보거나 그렇게 보내는 날 말이죠. 어쩌면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저로써는 견디기 힘든 존재의 무력함을 느끼는 그런 하루를 보낸 날입니다. 

물론 매일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일까 변명하고 싶긴 합니다. 허나 반대로 끝없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지 않고 잠시라도 방심하면 우리는 세상이 이미 만들어 놓은 거대한 어항 속에서 부유하고 마는 존재임을 처절히 느끼기도 합니다.


삶의 치열함이란 거친 육체노동 현장이나 거대한 자금이 오고 가는 비즈니스 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나른한 일상 속에도 사실은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어떤 위대함은 그 견딜 수 없는 평범함의 관성에서 벗어나고자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거든요. 그건 아마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그렇기에 내적 각성의 정도도 다르지만, 모든 사람 안에 스스로 다 담기 힘들 만큼 위대한 어떤 정신이 깃들어 있음은 확신합니다. 그 위대함이 잠시 나를 깨우는 순간을 다들 한 번쯤은 겪어보셨겠지요.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샤워를 하며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시원한 물 한잔 하는 언뜻 비슷한 일상을 시작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어제와 똑같은 '그저 과거의 반복'일 뿐인 하루를 사는 반면, 누군가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는 생각보다 짧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길지도 않습니다.

결국 하루하루의 반복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내가 원하는 나로 나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누군가가 규정해 놓은 나로 살아가고 있는지(정작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겠지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선택과 조금씩 다른 성장을 만들 수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매일매일 조금 더 나아지려는 몸부림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은 단연코 전 세계가 코로나의 시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의 변화는 특히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보게 만듭니다. 인간의 본능적 생존 프로세스가 작동하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격렬하게 거부하고 자꾸 더 움츠려 들고, 자꾸 더 안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은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가만히 죽음을 맞이하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와도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몇 달간 코로나가 잠시 스쳐가는 손님인 줄 알았으나 이제는 최소한 몇 년은 함께 살아야 할 동거인임을 늦게나마 깨닫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고 피해 갈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여야겠지요. 이젠 어떤 식으로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저는 여전히 20년 넘게 내 나름의 거창한 꿈을 꾸고 있고, 그것을 바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마치 드라마처럼 그것이 '극적인' 사건으로 일어날 줄 알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이제 그 큰 꿈은 마음속 어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항상 펄럭이도록 단단히 꽂아두고, 오늘은 그 꿈을 이룰만한 '깜'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은 하나의 일들을 해나가려 합니다.

때론 코로나처럼 거대한 세상의 변화가 나를 짓누를 때도 있고, 때론 가족의 큰 병으로 인해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할 때도 있고, 어쩐 날은 그저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하루를 낭비하듯 보내버리는 날도 분명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 이 글을 쓰며 다시 내 마음에 '심리 백신'을 처방하려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로 만드는 작은 노력만이 나를 내 "꿈"에 부합하는 "깜"으로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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