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다르지만 호감가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이나 나쁜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관계를 이어가지 않기에 결국 좋은 사람들만 남는다.
나쁜 사람들(이렇게 공손하게 표현하기도 아까운 부류의 인간들)은 저마다 참 다르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 사람들 이야기는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이나 오늘은 언급하지 않겠다.
대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기분좋은 사람들의 비슷한 점들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말이 통한다
다른 말로 상식의 결이 비슷하달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첫인상은 좋았는데 한두마디 대화하다보면, '아 이건 아닌데..'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대화할수록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오래 만나며 좋은 관계를 다져가는 경우가 많다.
고1때부터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는 내 친구 역시 서로 생각이 달라도 말은 참 잘 통한다.
그리고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라며 서로 공감해준다.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은 대화할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흔히 '말문이 막힌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내가 어떤 형태로든 그 마음에 들어간 공간이 차단되었다는 의미일테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생각들이 나오는 문(門)이 바로 입(口)이고, 그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말(言)이 아니라, 내 존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관계란 서로의 존재가 섞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내 생각, 내 말, 내 행동 등이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말문이 막히다니. 그것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말이 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거다.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말이 안통해서 싸우고 헤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은 내 존재의 일부이기에 나에게서 비롯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나의 전부가 아니기에 불가피하게 '오해'를 낳는다. 그 오해야 말로 어쩌면 언어의 한계이자, 한편으로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지도 모르겠다. 오해가 없다면 사랑도 우정도 어쩌면 시작조차 못할 일이기에. 이 오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으니 그 글을 참고해 주기 바란다. (#_오해의 이해 : https://brunch.co.kr/@listans/11)
어쨌거나 우리 인간은 타인과 공존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말'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말이 통하는 것은 모든 관계의 첫단추가 되는 셈이다.
2. 결이 비슷하다
*결 :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언뜻 말이 통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포인트다.
결이 비슷하다는 것은 삶의 지향점이나 태도가 비슷한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끌리는 부류의 사람들이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그 결을 같이하는 느낌이 있다.
결이 비슷한 사람과 있으면 확실히 트러블이 줄어든다. 내가 애써 상대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와 공감을 해주기 때문이다. 삶의 결이란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기에 비록 무늬는 달라도 그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참 반갑다. 만나면 이유없이 기분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와 결이 비슷한 사람일꺼다.
개인이 가지는 삶의 무늬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삶의 굴곡으로 인해 움푹 패인 상처가 난 경우도 있고, 남다른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에 추구하는 삶의 가치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은 그런 '남다름'을 타인과 어울릴 수 있는 '조화로움'으로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밝은 사람은 비록 그의 인생 속에 어두운 그늘이 많을지라도 그것을 극복해내고 스스로를 변모시킨 빛나는 '현재'다.
그처럼 무늬와 결은 다르다. 무늬가 '나다움'이라면 결은 '어울림'이다.
3. 마음에 머문다
관계의 시작이 말이라면 관계의 끝은 마음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의 마음에 머물 때 비로소 의미있는 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함께 먹고 싶은 사람이 떠오릅니다. 그 사람이 내 마음 어딘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으면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그 사람의 흔적이 내 마음에 있기 때문에.
꼭 이성관계에서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친한 형이나 언니일수도 있고, 존경하는 스승이나 제자일수도 있다. 아직 친하진 않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그런 사람일수도 있다. 마음이 머문다는 것은 호감을 느낀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앞서 말은 내 존재의 일부라고 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인과 소통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눈빛이나 표정, 가벼운 제스처, 밥이나 커피를 사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행동 등 모든 외적 표현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소통에서 말이 통하고, 결이 맞을 때 어떤 식으로든 마음 한 켠에 그 존재가 머물게 된다.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존재가 인식되는 것이고, 그 존재의 조각들이 내 마음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가 그와 연결되는 어떤 감정, 어떤 사물, 어떤 상황에서 다시 떠오른다.
물론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 존재가 세상을 떠났어도 누군가의 마음 속에 계속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빈치나 고흐도, 모차르트나 베토벤도 테슬라나 잡스도, 비틀즈, 마이클 잭슨도, 헤세나 톨스토이도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 속에 머무르며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나에게만 의미있는 평범한 존재들이 더 가까이 나 삶에 머물러 있을 테다.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벌써 1년이 지났다. 내 마음 한 켠에 늘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한 그분은 여전히 제 삶의 일부다. 아버님은 지방에 계셔서 1년에 몇 번 뵙지 못하지만, 제 마음 속에 늘 존재한다.
매일 만나는 아내와 아이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계는 시공간을 초월해 늘 함께 하는 법이니다.
최근에 몇몇 지인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내가 먼저 활발하게 연락드릴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연락을 주신 분들에게 참 고마웠다. 나 역시 그들이 내 마음 속 어딘가 존재하는 분들이기에 왠지 모를 안도감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타인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삶에서 관계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좋은 사람들, 좋은 음악과 영화, 책들 모두가 나의 한 조각들이다. 나 역시 몇몇의 마음 속에 존재하겠지만, 그 존재함이 더 가치있었으면 좋겠다.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답게 살고 성장함으로써 누군가에게 결과적으로 좋은 존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