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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29. 2020

#_왜 책을 읽는가?

누구나 더 나은 나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마치 저마다 사는 이유가 다르듯이.


우선 나부터 생각해보자.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책이 좋아서 읽는다. 이게 가장 명쾌한 대답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는다.

책이 왜 좋은가? 내가 모르는 세상이 거기 있으니까.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싶으니까 책을 산다. 그냥 읽기만 해도 되지만, 사서 읽어야 비로소 그 세상이 나에게 들어오는 느낌이 있다. 같은 책도 도서관에서 읽을 때, 서점에서 읽을 때, 직접 사서 혼자만의 공간에서 읽을 때 다 다르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지 않은 사람에게 그 감각을 설명하긴 다소 어렵지만, 분명 다른 무언가 있다.

그것은 책과 시공간이 교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은 우선 넘어가겠다.


책에는 내가 모르는 저마다 다른 세상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글쓴이가 그려놓은 세상이 보인다. 같은 세상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내가 모르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물론 모든 책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책에는 분명 내가 모르던 무언가 있다. 그 세상을 만나면 나는 잠시 다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을 경험한다. 그 3가지가 교차하는 우주를 ‘사이’라고 해두자. 


그 ‘사이’를 경험하는 것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의미다. 

책을 통해 내가 알던 세상이 무너지고, 책에게 알게 된 새로운 세상이 섞인다. 그리고 나의 세상은 조금 더 확장된다.


누구나 더 나은 나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좋은 옷으로, 예쁜 화장으로, 멋진 차와 집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그런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런 것이 대체로 외적 자아에 대한 욕망의 발현이라면, 책을 읽고 자아가 확장되는 경험은 내적 자아에 대한 욕망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 아는 게 생기고, 아는 게 많아지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아는 게 많아지기 때문에 읽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이유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독서는 그저 읽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좋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 몰랐던 이성을 만나는 걸 상상해 보자.

첫눈에 반하는 경우도 있고, 자꾸 여러 차례의 만남이 반복되면서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감정으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만난다’는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긴 어렵다.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 깊숙이 들어가 보면 결국 책을 통해 뭔가 새로운 경험을 바라는 게 아닐까? 

이미 그런 경험을 통해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다시 반복해서 또 다른 책을 만나고 싶은 능동적인 마음이라면, 책에 대한 좋은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독서가 하나의 의무나 필요에 의한 수동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책을 읽는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얻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새로운 경험의 짜릿함을 느껴본 사람일 것이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그런 경험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거나 예전엔 느꼈지만 지금은 그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인 것이다.


왜 책을 읽는지 질문하고 나니 작은 서점의 고객이 누구인지 제법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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