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에겐 아름다운 향기가 묻어난다. 그 사람만이 가진 삶의 결이 세상의 굴곡과 만나 이루어낸 존재의 무늬에서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했던 향기가 느껴진다.
나는 어떤 향기를 가진 사람인지 돌아보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작은 감정의 동요에도 흔들리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 모습이 보인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삶으로는 살아내지 못한 숱한 일들이 스쳐간다. 마흔을 넘기고 보니 내가 지나온 삶의 흔적에서 무늬와 향기가 생긴다는 것을 체감한다.
내 삶이라는 작은 나무에 상처가 나고, 곪아 악취가 나는 가지도 있고, 새로운 잎이 나며 꽃을 피우기 위해 뻗어가는 가지도 있다. 썩은 가지는 늦기 전에 잘라내고, 새로운 가지에 영양분을 보내고 싶다. 허나 썩은 가지도 나의 일부인지라, 막상 잘라내려니 두려워진다. 잘라내는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 자꾸 외면하게 된다. 그럴수록 점점 썩은 부위는 점점 커져만 간다. 그렇게 그냥 방치하면 나무 전체가 시들어 버릴 것을 안다. 그럼에도 스스로 내 일부를 잘라낸다는 것이 두렵다.
오늘 커다란 가위를 준비한다. 방치한 시간이 긴 가지들은 잘라내야 하는 부위가 두껍기만 하다. 더 늦기 전에 있는 힘껏 가위를 움켜쥔다.
가위로 잘려나간 가지마다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잘려나간 가지만큼 낭비되던 영양분도 원치 않던 냄새도 사라질 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남은 가지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