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우연성․아이러니․연대성>이라는 책에서 ‘마지막 어휘(Final Vocabulary)’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개인 혹은 집단이 딜레마에 빠지거나 결연한 결단을 내릴 때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데 최후까지 의지하는 신념을 말합니다. (중략)
예를 들어 간디에게 마지막 어휘는 ‘비폭력’이고 부처에게는 ‘자비’ 공자에게는 ‘인(仁)’입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혁신’이고, 리처드 브랜슨에게는 ‘상상’입니다. 플라톤에게는 ‘이데아’, 사르트르에게는 ‘실존’, 스피노자에게는 ‘코나투스(Conatus;노력)’, 니체에게는 ‘아모르파티(Amor Fati)’ 라캉에게는 ‘욕망’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언어’가 마지막 어휘입니다. -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유영만/나무생각) p.110
이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어휘’라니.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몇 년 전 인생학교 수업을 진행하던 때, 내가 찾았던 마지막 3개의 단어가 있었다.
사랑, 성장, 상생
여기서 다시 2개를 빼고 하나만 남긴다면 나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혹은 다른 단어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나의 마지막 어휘는 “성장”이었다.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이 사랑이고, 타인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상생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일 작은 성장을 통해 축적하는 삶을 살고자 애쓰고 있다. 책을 읽는 것도 강의를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성장’을 위한 것이다. 성장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한 사람의 성장이 곧 모두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책방도 책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시작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의 고유한 꿈을 실현할 수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그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무엇을 빛나게 하는 것은 무엇 자체가 아니라, 그 무엇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 『수련』중에서 (배철현/21세기북스)
나는 삶의 많은 부분을 인내하고 있다. 물론 그 인내를 담보로 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마주하기도 한다. 내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내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비롯될 것이다.
나는 아직 강한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위해 느리지만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때론 외롭기도 하고, 나 혼자 외딴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보고 가는 것은 길이 아닌 별이라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나는 북극성 같은 별. 하여 길이 다를 수는 있어도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확신한다.
어쩌면 신념이란 내가 길을 잃었을 때 고개 들어 바라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별이 아닐까. 오늘도 그 별을 보며 낯선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