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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22. 2021

#_술자리에 대한 짧은 단상

술자리의 본질은 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나는 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몸이 비루한 탓에 술이 들어가면 몽롱해지며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외려 두통과 거북함, 구토감 등이 먼저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술자리는 자연스레 피해왔고, 술은 가볍게 맥주 한잔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금 달라졌다.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술을 마셨는데도 이상하게 덜 힘들었다. 모임이 마치면 힘든 건 비슷하지만, 적어도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예전만큼의 괴로움이 없었다.


이유를 잘 몰랐는데, 어제 알았다.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좋아하는 교수님과 성장을 꿈꾸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한 술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웠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배움과 성장의 욕구를 가진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그래, 돌아보니 그렇게 술자리를 싫어하던 때도 가장 친했던 초등학교 동창과는 둘이서 소주 4명을 비웠던 추억도 떠올랐다. 지난번 독서모임을 마치고 가진 술자리도, 독서팟케스트 모임에서 가진 송년회도, 가장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도 그랬다. 


술자리의 본질은 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다시 깨닫는다. 

비록 12시가 넘어 사무실에 오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술자리가 이렇게 즐거운 것이구나를 느낀 밤이었다. 분명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만남이 있다. 만남의 방향이 서로가 함께 사는 상생이 되는 관계 말이다. 늘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어쩌면 교육이라는 형식이 아닌,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성장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은 코로나 전에 있었던 강의 뒤풀이 때 술마시고 남겨 놓았던 미완성 글을 다시 정리해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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